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책이름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지은이 : 이문열
출판사 : 문학 사상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란 작품은 영화로도 재미있게 본 일이 있는 작품이다. 오래 전의 일이라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주인공이 열심히 유리창 청소하는 장면이 왠지 인상깊게 남아 있다. 아이는 열심히 유리창을 닦은 후 반장에게 허락을 받으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깨끗한 유리창을 보고도 이런저런 핑계로 퇴짜를 놓는다. 다른 아이들은 청소를 끝내고 신나게 뛰어다니는데 말이다.
깨끗한 창을 닦고 또 닦고. 그것이 그 땐 무엇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서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석대’라는 아이의 부당한 권력 앞에서 점차 무릎 꿇고 있는 ‘나’의 모습이었다. 이 책은 주인공 ‘나’ 즉, 한병태가 작은 읍의 초등 학교로 전학을 오고 ‘엄석대’라는 급장 아이와 만나게 되면서부터 일어나게 되는 심한 갈등 관계를…(생략)

비굴한 인간의 모습이 그런 것일까? 굴종의 단맛이란 것이 그렇게도 독한 것일까? 한 개인이 엄청난 독재 권력에겐 대항하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권력에 의해 많은 피해를 보면서도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지 못하고 석대의 엄청난 권력에 빌붙으려고 하는 반 아이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반 아이들을 홀린 것을 보면 석대의 힘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사 시간에 배운 회유책과 강경책이 그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은 석대의 리더쉽이 대단해서가 아닐 것이다. 리더쉽은 있지만 나쁜 쪽으로 그 힘을 사용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강하게 힘을 가했다가 부드럽게 감싸주는 수법으로 아이들을 복종시키는 야비함을 가지고 있는 석대의 모습에서 나는 독재자의 모습을 보았다.
독재는 영원하지 않았다. 6학년의 새 담임은 개혁적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을 존중할 줄 알았기 때문에 석대를 절대적으로 신임하지 않았다. 전원 일치로 석대가 급장으로 뽑히게 된 것하며, 불성실한 수업 태도와는 달리 이상하게 높은 시험 점수, 담임은 그 사실들을 수상하게 여겼고 석대에게 모진 매질을 시작했다. 그 강했던 엄석대의 눈물과 패배를 지켜본 아이들은 이미 그의 비행들을 술술 내뱉기 시작했다. 결국 엄석대의 태평천하는 무너지고 말았고 석대는 반 아이들에게 느낀 배신감으로 불타 올라 교실을 뛰쳐나가고야 만다. 새 담임의 엄격한 조치는 한 아이를 학교 밖으로 밀어냈다. 그러나 교실의 평화는 지켜질 수 있었다. 독재 정치를 했던 어느 대통령의 최후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막강한 세력을 바탕으로 국민들을 힘으로 억압하고 끊임없이 독재를 하려 했던 그 대통령은 결국엔 민주주의 대한 열망이라는 힘에 의해 물러나고야 만다. 병태가 어른이 되고 나서 본, 경찰에게 붙들려 끌려가는 석대의 마지막 모습은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잘못된 것을 모른 체하고 그 잘못에 굴복 당하여 비굴하게 살아가고 있는 개인들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어쩌면 그런 무력하고 비굴한 사람 축에 속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니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졌다. 한 개인의 힘은 약하다. 하지만 바른 생각을 지닌 다수의 사람들이 나선다면 부당한 권력으로 피해를 보는 일은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 같다. 나도 희생을 감수하면서라도 잘못된 현실을 물리치고 평화를 되찾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