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유진을 읽고 유진과유진

기존 성폭력을 다룬 책들을 보고 나면 맘이 아파오거나, 그 무거움에 짓눌릴 때가 많다. 특히 그것이 그림책의 형식으로 되었던 `슬픈 란돌린`의 경우엔 다시 보기가 참 힘겨웠었다. 그런데 이번에 청소년 특히 고등학생용으로 적극 추천된 `유진과 유진`은, `성폭력`의 문제를 그리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식상하지 않게 다루고 있다. 또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잔뜩 갖추었다. <유진과 유진>이 떠안고 있는 문제는 ??성폭력??이다. 정확히 말하면 유아 시절,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겪은 성폭력인데 저자는 두 명의 ??이유진??을 통해 상처를 껴안고 가는 경우와 상처를 외면하고 가는 경우를 보여준다. 유치원 시절 두 명의 이유진이 있다. 키가 큰 유진이 ??큰 유진??, 키가 작은 유진이 ??작은 유진??이라고 불리는데 이들이 다닌 유치원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다. 큰 유진은 그녀의 가족들 삶 속에서 그 문제를 잊어가는 경우로 치료하려 한다. 잊으려 하지…(생략)

책은 어린이 성폭력의 문제를 주변인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하는 가에 따라 피해당사자의 상처는 달라질 수 있음을, 즉 어른들의, 사회의 책임을 일깨우고자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들에게 먼저 권해야 할 책이다. 어른이 만드는, 어른이 바라는 아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아이 말이다. 그것은 참 당연하게 느껴지는 말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곳에서 이 당연함이 무너지고 있던가? <유진과 유진>은 새삼 그것을 깨닫게 해준다. 기억해야 할, 또한 주목해야 할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약간의 작위적인 모습들도 보이지만 그럼에도 <유진과 유진>이 어른이든 청소년이든 간에 세대를 뛰어넘는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특히 오늘의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 누군가 성장소설 중에 괜찮은 것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이제는 <유진과 유진>을 말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