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규장전을 읽고 이생규장전

이생규장전을 읽고
고전소설을 읽는 다는 건 어쩐지 따분하고 어렵게 다가오는 게 사실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고전소설도 읽을만하고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생규장전은 금오신화 중의 한 작품으로, 삶과 죽음을 초월한 사랑의 성취를 그린 명혼 소설로 귀신과 결혼하는 내용의 소설, 또는 시애 소설 즉 죽은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내용의 소설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전반부는 이승의 현실적 사건을, 후반부는 이승과 저승을 초월한 세계를 그린 2단 구성으로 된 작품이다.
작품 전반부에서 이생은 부모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최 낭자와의 결혼에 성공한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 의사에 의한 만남과 혼인을 표현한 점에서 작자의 남녀의 애정에 대한 진보적 시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렵게 성취한 두 사람의 사랑은 홍건적의 난리에 최 낭자가 죽음으로 해서 깨어지고 만다. 작자는 깨어진 두 사람의 사랑을 최…(생략)

러나 작자는 초현실적, 환상적 만남, 즉 현실계와 영계의 결합이라는 방법에 의해 이 어려운 상황을 극적으로 해결한다. 이 책에서 나오는 가장 큰 시련은 이생의 죽음으로 파국에 이르게 된다.
이생규장전의 이러한 구성법은 이 작품의 인물 설정 기법과 더불어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한층 높여 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 처음 이생이 최랑과 사랑을 나누면서 이 사실이 새어나갈 것을 염려하지만 최랑은 그런 것에 구애됨이 없었으며, 홍건적이 침입했을 때 이생은 홀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도망하였고 최랑은 도적에 맞서 대항하다가 죽었다. 이것은 이생의 성격이 소극적인 데 비해 최랑의 성격은 용기 있고 적극적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등장 인물의 성격을 비교적 생생하게 형상화하고 있어, 이 작품의 소설다운 면모를 확고하게 해 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생규장전의 줄거리는
개성에 이생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서당에 갖다오는 길에 선죽리에 사는 최가의 딸을 담너머로 보게 되어 반하였다.
최가의 딸은 방년 16세로 아름다운 처녀였다. 이생은 처녀에게 시를 적어 던져주었고, 이를 계기로 통정을 하고는 귀가하지도 않고 최가네 별당에서 그 처녀와 며칠을 즐겁게 보냈다. 그러한 후에도 그들은 자주 만났다.
이것을 눈치 챈 이생의 부모들은 크게 화를 내고, 그를 고향 울주로 추방하였다.
몇 달이 지난 뒤에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처녀는 상사병이 들어 죽어 가게 되었다. 딸로부터 고백을 들은 처녀의 부모는 하는 수 없이 이생의 부모에게 중매쟁이를 보내어 청혼하였다. 이생의 아버지는 자식의 장래를 걱정하여 처음에는 거절하였으나, 거듭되는 청혼에 마지 못하여 승낙하였다.
그들은 혼인하여 몇 년을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홍건적의 침입이라는 난리를 만나 그들은 헤어지고 말았다.
전쟁이 끝나고 이생이 고향에 돌아오니 집은 폐허로 변하고 가족의 생사를 몰라 슬픔에 잠겨 있는데, 그날 밤 죽었다고 생각한 아내가 돌아왔다. 돌아온 아내는 죽어 혼백이 된 상태였지만, 그들은 살아 있을 때와 같이 행복한 몇 년을 보냈다.
그러나 하루는 이생의 아내는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 되었음을 말하고 이별을 고하였다. 이생은 비통의 눈물을 흘렸고 아내의 육체는 점점 사라지고 말았다. 이생은 아내의 유언을 좇아 양가 부모의 시체를 찾아 장사를 지냈다.
그 후 이생도 오래 살지 못하고 병들어 죽었다. 이웃 사람들이 그들의 절개를 애석해 하며 찬송하였다.
이 작품의 전반부에는 남녀 주인공의 자유 연애를 설정해 놓았고, 후반부에서는 ``만복사저포기``에서와 같은 인귀 교환의 이야기로 구성해 놓았다.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이승과 저승의 한계를 뛰어넘는, 즉 죽음을 초월한 남녀간의 지극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전반부에서 보여 준 이생과 최 여인의 현실적 사랑은 당시 유교 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처럼 관습을 과감히 깨뜨리고 사랑을 실현한 행위는 작가의 솔직하고 대담한 애정관의 반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