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을 읽고 자전거여행

국정 국어 교과서에는 그야말로 한국 문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신학기에 들어와 새 교과서를 받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문학교과서에 실린 소설, 수필, 시들을 읽는 것이었다. 그 때 읽었던 작품들을 가만히 지금 생각해보아도 무척이나 수준 높고 감동을 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 김훈의 수필도 국정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고 하여 무척이나 기대를 하고 이 책을 서점에서 구입하게 되었다. 김훈은 독특한 작가이다. 아니 실제 전업작가로 활동한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 그래도 글쟁이로 수입을 올린 적이 많았으니 작가의 한 축에 끼이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김훈은 다른 작가들과는 조금 다르다. 무엇보다 작가입네하는 허풍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의 글이 생활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목차만 보면 기행문이다. 여수 향일암에서 시작한 자…(생략)

분위기의 글이다. `좋은생각`같은 류의 책들이 생각난다. 티비프로그램으로는 `6시 내고향`같은. 게다가 사진까지 올칼라로 정말 깔끔하게 인쇄돼 있다. 게다가 문장력은 사실 기대도 안했는데 의외로 글솜씨도 정말 좋다. 깔끔하고 짧은 문장속에 몰랐던 삶의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 일반 소설책과 같은 크기에 비슷한 두께인데 종이질이 아주 매끄럽다. 그래서 인쇄상태도 좋고 읽기 편하다. 복잡하지 않고 한마디로 깔끔한 책이다. 백전백패를 예감하면서도 글을 쓸 수밖에 없는 그이기에 그는 결코 현란한 수사로 자신을 꾸며대지 않고, 풍경을 왜곡하지 않는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 속에서 말하여질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구구절절 구차하게 늘어놓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는 그의 단호함이 엿보인다. 그는 고수다. 여행이 단순히 일상의 도피가 아니라 또다른 현실이라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