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뒷골목 풍경

조선의 뒷골목 풍경
난 역사를 좋아한다.
광대한 세계사도 좋아하지만 우리만의 아기자기한 국사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비록 실력은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우울한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과목이었기도 했지만, 역사와 관련된 책들을 꽤 좋아하고 모으는 편이다. 하지만 지난 중학교 시절 열심히 공부했었던 국사책을 들춰보다가 조금은 슬픈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보고 공부하던 국사는 그저 한 줄기 굵은 위인들의 위업들, 국가들의 흥망과 중요한 사건들, 우리가 지난날 무슨 위대한 일을 했으며 어느 훌륭한 위인이 어느 장대한 업적을 이루었다는 사실들만이 표면에 드러나 반짝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정작, 그 시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으며, 어떤 일을 했으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가... 하는. 내가 지난 중학생 시절 배웠던 국사들에게도 그런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백의민족`, `동방예의지국` 따위의 별명…(생략)

아마 우리 중 대부분은 이렇게 역사 속이 아닌 야사 속에 잠겨버릴 소소한 시민이 되어버릴 것이다. 꽤 냉혹해 보이는 사실들이지만 아마 우리의 후손들도 우리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겉으로 드러나는 위대한 업적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공부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조상들이 어떤 것을 했는지, 왜 했는지, 어떤 희노애락을 겪었는지 한 번쯤이라도 알아봤으면 좋겠다. 예전 그들의 삶에게서 지금, 현재 우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것도 아주 뜻밖인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