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씨이야기를 읽고

좀머씨이야기를 읽고...
며칠 전에, 우리집 책장을 둘러보다가 한쪽 구석에서 `좀머씨 이야기`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주인공 이름이 특이해서 읽게 되었지만. 이 책은 내가 많은 것을 뒤돌아볼수 있게 한 책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 좀머씨는 아주 독특한 사람이다.
아무런 볼일도 없고, 정해진 목적지도 없이 잰 걸은으로 근방을 헤메고 다닌다. 또 어쩌다 하는 말들은 몇 마디를 제외하고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만 내뱉는다. 그러나
그도 딱 한번, 제대로 된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박이 쏟아지는 거리에서, 자신의 차에 타라는 사람의 제의를 거절하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좀머 씨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자신을 밀폐공포증 환자, 미치광이로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 그를 둘러싼 잡다한 소문들,(이 작품이…(생략)

싫어하며, 틀에 박힌 것을 싫어한다. 또 가끔씩 별난 행동이나 말을 하는 것 까지.
그런데 이 좀머 씨도 결국에는 죽고 만다.
좀머씨는 호수 가장자리 에서부터 천천히 걸어간다. 물이 장화 위까지 차올랐고, 20미터쯤 가자 엉덩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좀머 아저씨는 묵묵히 걸어갔다. 물은 엉덩이에서 가슴으로, 어깨로, 목구멍으로, 턱으로 계속 차올랐으며, 그리고 어느 순간 좀머 아저씨의 모습은 사라지고 말았다.
지은이는 좀머 아저씨의 죽음을 통해 과연 나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였을까?
내가 내린 답은, 정말로 이상하게도 `살아라, 살아야 한다` 였다.
비록 내가 힘들더라고, 이세상이 아무리 싫어도 현실이 싫어 죽음의 길을 걸은 좀머 아저씨 처럼 나약해지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지은이는 나에게 끊임없이 말한다.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죽음을 택해야만 했던 좀머 아저씨, 살았으나 죽은 것과 같았던 좀머 아저씨, 나는 좀머 아저씨가 천국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