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문을 읽고나서 좁은문

마지막 장을 읽는 순간 나의 눈시울이 갑자기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하면서도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감정을 느꼈다. 과연 그들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책을 덮은 후에도 나는 한참동안 이 문제로 머릿속을 가득 메워 버렸다. 하지만 그 전에 나는 자꾸 알리사를 책망하게 되었다. ‘어째서 그토록 사랑하는 제롬과 약혼조차 올릴수 없었지? 사랑하는 것에 어째서 희생이 필요했을까?’ 이런 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을 떠돌다가 결국 ‘알리사의 사랑은 너무 관념적이다. 자신을 비극적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만 같다.’라는 결론에 이르러버렸다. 하지만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리사의 마지막말을 다시 읽은 순간이었다. "나의 마음이 부인하는 이 덕은 과연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 그렇다. 그녀는 고귀하고 깨끗한 자신으로써 제롬과의 사랑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위대하고 고귀한 금욕주…(생략)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하여 좁은문에 들어간 것이라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녀는 제롬을 사랑했고 그 마음만큼은 희생이 불가능했으리라 짐작된다. 이처럼 나에게도 있어 좁은문이라는 것은 기독교신자인 나를 갈등하게 만드는 나의 짧은 인생의 긴 장애물이 될 터이다. 지금도 나는 여러 가지 길에 놓여있다. 그리고 다다른 끝에 좁은문에 들어가기 위해 희생할 것인가 희생을 지키기 위해 그 문에 들어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나에게는 없는 또 다른 희생이라는 것을 가졌을 때 아마 나도 이런 황홀하고도 괴롭고 터질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왠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신의 조롱에 놀아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알리사가 고귀하고 깨끗한 자신을 만듦에 따라 그를 향한 사랑이 더 커져감을 자신이 느꼈을 것이고 결국 사랑과 희생에 대한 고민 끝에 그 피로와 갈등, 또한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일 것이다. 그녀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조차도 사랑을 희생할 만큼의 값어치가 종교적 희생에 있었던 것인지 확신하지 못한 채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곧 종교와 인간의 갈등이 되면서도 그 존재를 가깝게 만드는 것이다. 이 미묘한 관계는 무어라 설명할 수 없지만 그것 역시 자신의 선택에 의해 달라질 의미를 정하는 것일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수많은 나의 가치관들이, 책을 읽고 나서 정리되었다고 생각했던 생각들이 다시금 무언가에 충돌하여 새로운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이것은 성경의 한 구절이다. 이따금 내가 성경책을 펴 이 구절을 볼 때마다 아마 나의 머릿속에는 알리사와 제롬을 떠올리며, 그들의 사랑을 떠올리며 나의 생각은 이리저리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아직도 알 수 없는 이 감정과 해결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그들의 사랑과 희생, 나의 불투명한 미래앞에 세워진 좁은문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