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한가로이 전시회장을 걷고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의 형상이나 세밀한 묘사의 정물화를 기대했던 내 앞에 펼쳐진 것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뒤엉킨 육체의 파편들과 거대한 삼면색의 벽화, 재현을 포기한 물감의 소용돌이들 뿐. 그 혼란스런 형상들 속에서 두 개의 전혀 다른 음색의 연주가 내게 다가온다. 전통적 대위법과는 전혀 다른 방식 속에서 때론 불협화음으로, 때론 조화의 음색으로 들려오는 두 개의 음색은 매력적이지만 너무나 낯설다. 그 불편함에 고개를 돌릴 때 누군가 그 불편함이야 말로 美라고 말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