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바보는누구 바보이반독후감 바보이반독후감

진짜 바보는 누구?
바보이반
이 말을 들으면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바보이반이 떠오른다. 정확히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이야기였듯 싶다. 하지만 내 나이 15살에 다시 만난 바보이반은 결코 쉽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어려운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지금까지 바보이반의 작가가 톨스토이인지, 어른에게도 약간 어려운 면이 있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은 동화라는 것을, 심지어 그 이야기에 도깨비가 나온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래서인지 다시 읽은 바보이반은 처음 읽은 것처럼 너무 새로웠다. 하지만 머릿속의 바보이반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끌리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1장의 바보이반은 나의 기억 속 모습 그대로였다. 높은 벼슬, 땅, 귀족집안의 사위 3박자를 모두 갖춘 무관 세몬, 누구보다 돈이 많은 배불뚝이 타라스. 어떤 면에서도 자기보다 나은 형들에게 땅이든 곡식이든 가축이든 달라는 대로 주는…(생략)

을 부리는 뿔 달린 도깨비와는 다르게 자유자재로 모습도 바꾸고 신기한 마법을 할 줄 아는 악마와 닮은 도깨비였다. 하지만 남이 잘되는 꼴을 못보고 남을 괴롭히는 심술만은 똑같이 닮아있었다. 그 도깨비들이 세몬과 타라스를 유혹해 모든 것을 잃게 했을 때는 너무 통쾌하기도 하고, 얄미운 도깨비들이 처음으로 착해 보이기까지 했다. 쫓겨 온 주제에 이반의 흙냄새가 싫다며 투덜대는 형들의 아내를 볼 때에는 도깨비들이 다시 와서 지옥으로 데려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3마리의 작은 도깨비가 아무리 괴롭혀도 끄덕도 하지 않았던, 결국에는 도깨비를 잡아 선물까지 받아낸 이반이 너무나 대단해보였다. 난생 처음 바보이반이 부러울 정도였다. 돈, 권력이 아닌 인내심으로 모든 것을 이긴 이반의 행동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너무 약삭빠름보다는 우둔해 보일 수 있지만 끈질긴 인내심이 더 현명한 게 아닐까? 1일, 아니 1시간마다 급속도로 변하는 사회에 너무 빠른 것보다는, 기다릴 줄 아는 느긋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천하의 아픔도 가셔지는 풀뿌리, 호밀단으로 군사를 만들고, 떡갈나무 잎으로 금화가 생기는 마법을 갖게 된 바보이반이 너무 부러웠다. 비록 이야기이지만, 나도 도깨비를 만나서 그런 마법의 능력을 달라고 하고 싶다. 내 꿈은 동방신기 같은 멋진 남자를 만들어내는 마법을 갖는 것이다. 덤으로 금화를 만드는 마법까지 준다면, 그 금화로 무인도에다가 웅장한 성을 지어, 그 성에서 멋진 남자들과 살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깨비, 컴온 베이비~
이반의 신비한 능력을 알게 된 세몬과 타라스는 자기의 잘못을 반성하지 못한 채 다시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다. 전쟁을 좋아하는 세몬은 군사를, 돈을 좋아하는 타라스를 금화를 가지고 떠나 각자 나라를 세우게 된다. 그들은 자기의 넘치는 욕심을 채우지 못하고 군사와 금화를 더 달라고 하는데, 이들의 끝없는 욕심에 혀를 내둘렀다. 무슨 욕심귀신이 씌은것도 아니고, 그렇게 큰 욕심의 끝은 파멸이라는 것을 모르는 건지 정말 답답했다. 형들의 요국에 이반은 형들의 욕심에 착한 사람들이 다쳤다며 해주지를 않는다. 비록 바보이지만 사람들이 슬퍼하는 것을 싫어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반이 너무 멋있어보였다. 세몬이나 타라스처럼 나만 생각하고 남은 어떻게 되든 신경도 쓰지 않는 이기주의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하지만 멋있었던 이반도 잠시, 아픈 공주님이 아닌 손이 굽은 거지에게 만병통치의 풀뿌리를 줘버린 이반이 너무 바보 같았다. 아무리 착한 것도 좋다지만, 왕의 사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린 이반의 모습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바보이반이 왕이 되었는데, 기쁨보다는 그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다.
세몬과 타라스는 큰 도깨비의 계략에 빠져서 결국은 자기의 욕심 때문에 파멸에 이르게 된다. 세몬과 타라스가 망한 게 너무 통쾌하기도 했지만, 약간은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에 반해 걱정이 앞서던 이반은 꽤 나라를 잘 이끌어갔다. 이반은 왕이 되어서도 계속 농사를 지었고, 그 나라 백성 모두가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았다. 결국 이반을 괴롭히러 왔던 큰 도깨비는 그저 퀭하니 구멍만 하나 남긴 채 사라져 버렸다. 처음에는 한 나라의 왕임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다스리지 않고 미련하게 일만 하는 이반이 너무 어리석다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난 이내 알게 되었다. 전쟁도, 머리도 일하지도 않고 그저 손으로 열심히 일하고, 일한만큼 누리며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바보는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것도 모르고 매일 뺏기기만 하고 공주보다 거지를 챙겼던 누가 봐도 바보였던 이반.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반은 바보가 아님을, 오히려 그의 형들이 바보였음을 깨달았다. 그는 머리를 이길 수 있는 진실 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돈을 많이 벌수도, 권력을 잡을 수도 없었지만 돈보다는 따뜻함, 인내심을 택했던 이반은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 채, 욕심만 내다 파멸해 버린 세몬과 타라스가 바보가 아니었을까?
바보스러울 만큼 착했던,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알았던 이반에게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 동안 나밖에 모르는, 남을 돌아볼 줄 모르는 이기적인 삶을 산 것 같아서 많이 부끄러웠다. 또 세몬이나 타라스처럼 마음속의 보이지 않는 도깨비들에 의해 이기주의자로 살아온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이 되었다. 그들처럼 나만 아는 이기주의자로 살아간다면 그들처럼 파멸에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앞으로는 내가 아니라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그게 힘들다면 남을 조금만이라도 배려할 줄 아는 이반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반을 통해서 때로는 약삭빠름보다는 우둔할 정도로 인내심 있게 행동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배웠다. 만약 이반이 다른 형들처럼 도깨비의 계략에 빠졌더라면 그 집안 싸우다가 끝장이 났을 것이다. 요즘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사회에 인내심 없이 욕심만 챙기는 세몬이나 타라스같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현대판 세몬과 타라스 때문에 사회가 파멸에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될 정도이다.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을 면한다.’ 라는 말이 있듯이 인내심을 가지고 한번도 생각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이반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반의 나라에는 ‘손에 굳은살이 박힌 자는 식탁에 앉게 되지만, 굳은살이 박히지 않은 자는 먹다 남은 찌꺼기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라는 유일한 법칙이 있다. 손에 굳은살이 박히지 않은 도깨비처럼 먹다 남은 찌꺼기를 먹고 싶지는 않다. 상상만 해도 구역질이 날거 같다. 남은 찌꺼기를 먹지 않기 위해서 머리보다는 손으로 일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쉬운 일만 찾기 보다는, 약간은 어렵더라도 정말 가치 있는 일을 해서 당당하게 식탁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도록 노력해야겠다.
나는 톨스토이의 작품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말고는 아는 작품이 없었는데, 그 작품 외에도 훌륭한 작품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작품 속 가치는 모두 다르지만, 참된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톨스토이의 책을 읽다보면 ‘세몬’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이 등장을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주인공 이름이어서 그런지, 이반의 형 ‘세몬’이 착한 인물이면 좋겠다는 기대를 나도 몰래 했던 것 같다. 전의 ‘세몬’과는 다르게 너무 욕심 많고, 결국 망하게 되는 ‘세몬’의 모습이 많이 실망을 했다. 바보이반을 읽으면서 나의 독서습관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 책의 가치가 아니라 베스트셀러 같은 유명한 책만 읽었던 것 같다. 물론 베스트셀러도 훌륭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내게 꼭 필요한 책을 찾아 읽지 못했었다. 톨스토이 단편선에 ‘바보이반’ 같은 다른 훌륭한 작품이 있음을 모르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만 읽었던 것이 많이 후회가 된다. 또 책을 읽을 때에 그 책의 교훈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배울게 많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남이 중요하다는 부분만 중요하게 여기고 나머지 부분은 소홀히 보아왔다. 앞으로는 작가나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정말 필요한 책을,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다양한 관점에서 봐야겠다.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책을 읽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무조건 그 책을 예찬하기 보다는 비판할줄 아는 태도도 기르도록 해야겠다.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바보이반의 나라를 위해, 난 손에 굳은살이 박힌자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에서 찌꺼기를 먹는 이가 아닌 당당하게 식탁에 앉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