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를 읽고 나서 유예… 3

유예
저자 : 오상원
출판사 : 두산동아
짧은 소설..긴 여운..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미궁에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나`라는 호칭을 써서 주인공이 직접 서술한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라는 호칭으로 바뀌고... 아무튼 정말 알기 힘든 작품이었다.
`유예`라는 이 작품은 포로로 잡힌 국군소대장을 주인공으로 삼고 그에게 주어진 한 시간이라는 `유예기간`동안 그가 느끼는 생각한 것들을 옮겨놓은 작품이다.
그는 수색대의 소대장을 맡고 있다. 이 수색대는 북으로 진격하는데 여러 차례의 전투를 하면서 적의 배후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그의 부내와 연락이 끊어지고 적들에게 포위를 당하게 된다.
주위는 온통 눈으로 덮여있고 그들을 감싸는 건 오직 추위와 기아 뿐 이었다.
그를 따르던 소대원들은 그런 악조건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하나 둘씩 쓰러지기…(생략)

를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내일을 위해 오늘의 싸움을 피한다는 것은 비겁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총구를 겨누고 있는 그 두 사람을 향해 총을 쏘게 된다. 적에게 반격을 당한 그는 정신을 잃게 되고 감옥으로 옮겨지게 된다. 그 후 몇 번의 심문을 받고 모든 게 결정되었다. 이미 체념을 한 그는 구두 발 소리를 듣고 시간이 다 됐음을 알게 된다.
그는 끝나는 순간까지 정확히 자신을 끝맺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둑길을 향해 정확히 걸음을 옮겼다.
흰 눈이 회색 빛으로 흩어지다가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보면서 자신은 모든 게 다 끝났지만 그들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의식을 점점 잃어간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어땠을까? 나도 이 소대장처럼 할 수 있었을까? 죽음 앞에 놓인 상황에서 남을 구할 생각을 하고 정확히 끝맺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다. 전쟁을 겪어보지도 군대를 가보지도 않은 나로서는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몇 번이고 다시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전쟁의 비극, 죽음 앞에서의 용감한 용기..등등..
`유예`라는 소설은 비록 짧은 소설이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준 작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