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나는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어서 이미 제목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당시 생물에 대한 관심이 얼마 없었고, 때문에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후에 물리 책들을 사면서, 문득 제목이 눈에 띄었고, 앞으로 2학기가 되어서는 어차피 생물과 화학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에 따르면, ‘유전자(Gene)’라는 존재는 가장 기본적인 유전의 단위이며, 저자는 일명 ‘자기 복제자’라고 불렀다. 이 책의 가장 처음에는 ‘이기적인, 이타적인 생명체의 경향’에 대해서 논하며, 그에 따라서 ‘유전자’라는 존재의 이기성을 자연적으로 유도해 내었다. 유전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생존 기계’로 비유되는 생존체들, 그리고 인간들 역시 이기적이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지구 생명의 근원으로부터 자기 복제자의 존재를 알리며…(생략)

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나의 견해는 조금 다른데, 분명 두 타입의 공격이 모두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경우는 그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 후에는 유전자의 가족 관계와 유전자가 유전되는 경향, 그에 따른 개체 수나 개체의 형질이 자연적으로 조절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그리고 가족 내부의 이해관계, 편애와 같은 인간의 가족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생존 기계들의 행동에 접목시켜 연관된 설명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짝짓기, 공생 등의 생물체들의 행동 양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작가의 말대로, 한 편의 환상소설과도 같다. 전문적인 지식이 얼마 없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적합한 비유들과 멋진 통찰을 보여주었고, 덕분에 유전자에 대한 지식이 얼마 없던 나도 빠른 이해가 가능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유전자이며, 유전자가 뒤에서 조종하는 존재인 생존 기계들의 싸움과 그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논리적으로 풀어 쓴 글과도 같다. 어떤 면에서는 「개미」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개미」 역시 개미라는 관찰 대상에 대해 대단히 자세히 묘사했고,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단지 그 관찰 대상이 눈으로 보이지 않고 현미경을 통한 현재까지의 관찰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러한 책이 나오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현재까지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대단히 많이 진행되었다는 단적인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유전자 조작이 가능할 만큼 과학이 발전했다는 것은, 그만큼 유전자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는 뜻이 아닐까? 유전자 지도(Gene map)의 제작이나 유전자 치료 요법(Gene therapy)이 가능하게 되려면, 유전자 각각의 역할과 유전자들의 복제 경향을 모두 파악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전자들의 복제 경향을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전자들이 어떠한 복제 양식을 가지고 진화해 왔는지, 현재 유전자에 의해 생존 기계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떻게 보면, 동물학적인 접근도 있었든 듯하다. 적어도 행동 양식을 가진 ‘생존 기계’라 하는 것은 인류를 포함한 동물들을 말하는 것이며, 그 동물들의 양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적인 접근이 있었다고 해도, 분명 직접적인 관찰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동물 생태 관찰에 근거하여 유전자의 경향에 따른 생체 기계의 행태를 더욱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또한 사회학적인 요소도 있었다. 이기적인 ‘개체’ 뿐만이 아니라 이기적인 ‘집단’의 경향도 말하였고, 이러한 집단 내에서의 개체들의 행동에 대해서도 묘사하였기 때문이다. 개체의 행동이 개개의 의식이나 의도에만 따른 것이 아니라, 주위 환경과 다른 개체들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전학적으로 많은 성과가 있었는데, 그 중 유전자 조작이나 개체 복제와 같은 문제의 도덕성에 대해서 다룬 내용은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내가 주로 유전학에서 관심을 가진 분야이기도 하고, 앞으로의 바이오-테크놀로지 과학이 안고 있는 사상적인 취약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한 개체 복제에 대해서는 유전자의 자기 복제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었고, 또한 개체 복제를 완벽하게 한다 한들 주위 환경에 의해 둘의 성향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정체성에 관해 그렇게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러한 유전자에 대한 자세한 이해와, 각 유전자들에 대한 분석으로써 현대 생명공학이 발전해 왔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음과 함께 미국 해외 연수에서의 오후 클래스였던 Bio-engineering 덕분에 생물학에 관해 상당히 흥미가 생긴 듯하다. 1980년대부터 21세기의 문을 열 과학기술로 불렸던 생명공학은 앞으로의 인간의 의학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학문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그러한 만큼 다른 분야에 대한 응용 가능성도 대단할 것이다. 생명공학을 전공할 생각은 아직 없으나, 흥미로운 분야인 것은 틀림없으며, 이 책을 통해서 그 흥미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었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