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를 읽고

주홍글씨를 읽고
주홍글씨의 마지막 책장을 덮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께서는 이 소설의 주제가 용서라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는데, 과연 이 소설의 여주인공인 헤스터 프린은 그 주제와 관련이 있는 걸까? 하고 말이다.
대개 주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그 자신이 그 주제를 행하거나 그 대상이 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헤스터 프린은 그 크나큰 죄악에도 불구하고 용서받지 못한다. 아니, 그 자신이 용서받으려 하지 않는다.
물론 헤스터 프린은 글중 내내 자신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준 마을 사람들의 박대를 모두 잊은 것처럼 헌신적인 봉사를 해서 모두를 용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봉사활동으로 인해 모든 것이 용서받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헤스터 프린으로 시작하여 헤스터 프린으로 끝맺어 버리는 주홍글씨라고 해도 이상하게 주제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보이는게 그녀다.
원래…(생략)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안에서는 채찍으로 자신을 가학하는 이중성의 생활을 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차차로 붕괴시켜 간다. 끊임없는 기도와 자책으로 자신이 지은 죄로부터 구원받는 길을 찾던 목사는 날이 갈수록 몸이 쇠약해진다. 물론 이로 인해 최악의 콤비인 칠링워드를 만나게 되지만.
결국 그는 안에서는 칠링워드의 교묘한 습격과, 밖에서는 자신의 이중성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자책감 때문에 심신이 죽어간다. 그러나 그는 그 가운데서도 자신의 구원을 찾는 데에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밤중 헤스터, 펄의 손을 잡고 사형대에서 위선적인 고백을 한 딤즈데일 목사는 타들어가는 촛불이 마지막으로 내뿜는 찬란한 빛처럼 영혼이 담긴 마지막 설교를 끝낸다. 그리고 사형대에서 헤스터 모녀의 손을 잡고 대중앞에서 진실을 밝힌다음 죽음으로써 그는 육신과 영혼의 구원을 얻는다. 사형대에서 흘리는 펄의 눈물이야말로 이런 딤즈데일 목사에 대한 짙은 사랑과 용서의 의미로 생각된다.
결국 헤스터 프린은 두 남자-아서 딤즈데일과 로저 칠링워드-를 용서하는 인물로, 나머지 둘은 그녀에게 용서받는 인물이다. 그녀는 그녀가 용서받지는 않는대신 나머지 사람들의 죄를 사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이런 것은 나의 지나친 억측일지도 모르지만, 주홍글씨에 담겨진 용서의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