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를 읽고 지구별 여행자

<지구별 여행자를 읽고>
책을 사면 참 빨리 읽는 편이다. 어떤 사람은 부러워도 하지만 솔직히 다 읽고 나면 왠지 허전하고 마음이 비어버린 것 같아서 속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 류시화님의 「지구별 여행자」도 하루에 다 읽어버릴 까봐(?) 솔직히 걱정도 했지만 책이 도착하고 첫장을 넘기면서 다른 책과는 달리 이상하게 한장한장 참 정성을 들여가며 읽었다.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신경계에 대해서 배울 때 냄새를 맡는 후각 신경은 예민해서 처음에는 냄새를 구별할 수 있지만 금방 피곤해져서 냄새에 둔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 사는 모습도 이와 비슷하여 반복되는 일상이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구나 일상에서 탈출하여 자신을 잠시 옮겨심기 할 수 있는 여행을 꿈꾸지만 제한단 공간을 살 수 밖에 없는 생활인이기에 여행은 생각만큼 선택이 쉽지 않죠.
그런 제한된 삶에서 좀더 쉽게 여행…(생략)

지 않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은 나라, 소를 숭배하고 느림의 미학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나라 인도를 더 많은 것을 가지고자 하는 물질의 소유욕이 새로운 사상이 되어있는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저로서 영적인 것에 배부를 수 있는 인도인을 완전히 이해하긴 어렵지만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느끼는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있어요.
우리 모두 지구라는 별에 여행을 온 여행자이기에 생활 속에서 순간순간 떠나고자 하는 본능적인 충동을 느끼지만 쉽사리 떠나지 못하는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봄직한 책인 듯해요.
이책을 읽는 동안만은 나는 인도에 있었다. 나의 머릿속에서는 글을 읽음과 동시에 인도의 모습을 상상하기에 바빴다.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류시화님의 「하늘호수로 떠나는 여행」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아서 다시 한번 인도인과 만나게 되었다.
`우리들이 만나는것은 우연이 아니고,태어나기 전부터 서로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한 구루지의 말이 왜 그렇게 와닿던지.. 난 그날 친구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글도 함께 보내주었다. 인도인들은 우리가 가진 머릿속의 지식보다 더 따뜻하고, 여유롭고, 인간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직접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이책에서 만난 인도인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버스 지붕 위에서 만난 이야기꾼, 엽서 열장값을 돈만 주고 엽서는 받지 않자 몇 년이고 엽서를 잊지 말라고 되새겨주던 인도소녀, 불구가 되어버린 자기 손을 만져주었다고 꾹 다물었던 입을 열던 힌두여인, 멋진 말만 가득가득 풀어놓던 식당주인까지도 인도를 친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진정으로 무엇을 느끼고 싶으면 여행을 가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내 눈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만 아니라 그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이 들려주는 것 모두가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성장시켜줄 테니까 말이다. 류시화님의 인도이야기는 인도인들의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무척 좋다. 그러한 모습들은 어느 훌륭한 소설이야기보다 감동을 주고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을 가졌었습니다. 대부분이 간디와 크리슈나무르티, 라마크리슈나, 류시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굉장히 영적인 나라로 기억되었습니다. 인도인들은 류시화의 글에서처럼 항상 화두가 될만한 말들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인도가 아닌 다른 곳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곳에서 몇 명의 인도인을 만났습니다. 그 들은 내 기대를 완전히 꺾어 버렸습니다. 조그만 싹하나 안 남기고... 그들은 거만하였고, 항상 사람들 위에 서려 하였고, 사람들을 부리려 하였습니다. 누군가 내게 말했습니다. 여기 있는 인도인은 아마 모두 부유한 브라만일거라고... 그리고 브라만 여자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전통에 따라 두 아이와 함께 굶어 죽은 인도 미망인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서비스 빵점의 인도항공의 브라만 스튜어디스 이야기와 함께...
<시티 오브 조이>란 영화를 통해 보여준 인도 사회도 이런 지배와 피지배의 극한 불평등을 보여준 적이 있다고 기억합니다. 유물론을 읽거나 가까이 한 적은 없지만, 많은 종교가 약자를, 불만세력을, 피지배자를 길들이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내 역사와 사회에 대한 작은 관찰의 한 결론이다.
인도 성자들의 이야기나 가르침에 나타나는 초월적인 이야기가 극히 세속적인 삶의 한 가운데 있는 나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몇 년간 몇 권의 책을 읽고 그 몇 년간을 그 책과 함께 지낸 결과... 그래서 한 동안 인도 성자라는 단어만 봐도 멀리 피했습니다. 이 물질적인 세상에서 정신적인 세계로 날 도태시킬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몇 년 동안 눌려있던 호기심이 피하려는 의지를 이겼습니다. 난 이 책을 빌리게 되었고, 그리고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읽었다.
일체유심조. 세상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을 갖습니다. 난 류시화의 눈으로 본 인도를 좋아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다.. 그처럼 거기서 오랜 방황을 통해 끝장을 보고 진리라는 정점에 이르고 싶다. 그리고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와 진리를 깨달은 초월자의 마음으로 그 무엇에도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하고 싶다. 백일몽이지요. 꿈도 못 꾸나요?
그러나 언젠가 한 번은 인도에 가보고 싶습니다. 물론 내 눈에 비친 인도는 류시화의 것과 그가 책에 쓴 것과 많이 차이가 나겠지만, 그 책에 씌여 있는 것의 작은 한 조각이라도 맛볼 수 있다면 충분히 기쁠 것이다.
인도, 평소에는 별로 생각하며 지내지도 않는 나라였다. 문화나 종교 같은 면에서도 나랑은 많이 다른 나라고, 인도라는 나라는 나와 별로 관계가 없는 나라였으니까.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인도 사람들 특유의 여유있는 정서를 느낄 수 있었고, 인도에 대한 동경이 생겼다고 할까. 지저분하고, 구걸하고,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이긴 하지만, 그들을 미워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아, 인도에 가서 인도인들과 부대끼며 류시화씨가 느꼈던 인도인들의 정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