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열쇠 천국의열쇠

천국의 열쇠
나는 기독교인이다. 내가 교회를 나갈적에 목사님이나 신부님들 말에 따르면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천국에 가고 믿지 못하는 사람은 천국에 가지 못하게 되어있다고 한다. . 성경에도 예수님께서 ‘나를 통하지 않으면 천국에 갈 길이 없느니라.’ 하셨다. 하지만 과연 그런 선하고 전능한 하느님이 자신을 섬기는 여부에 따라 차별하는 부분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 최후의 심판 때, 비록 하느님을 믿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며 정말 선하게,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살아가는 사람도 지옥불에 떨어져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이 천국의 열쇠는 이러한 의문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프랜치스 치셤은 하느님을 믿는 기독교도일 뿐 아니라 신학교를 졸업한 신부이다. 하지만 이 책은 기독교가 좋다거나 귀의하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신부의 삶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기독교의 의미가 무엇인지, 무…(생략)

서 죽음을 맞게 된다. 이때 치셤신부는 그가 비록 기독교도는 아니지만 하느님께서 그를 위해 길을 열어놓았을 거라고 말한다. 이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탈록처럼 비록 기독교도는 아니지만 선행을 베풀다 죽어간 사람은 천국에 가지 못하는 것일까. 과연 하느님께서 이런 사람을 천국에서 쫓아내실까 하는 것이다. 탈록이 죽은후, 치셤신부는 베로니카 수녀와 신앙에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이때 치셤은 이렇게 말한다.
“아마 하느님께서는 최후의 심판 때 신을 믿지 못하는 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보아라, 너희가 그렇게 부정했던 천국이 여기 있지 않느냐, 들어오너라.’하고 말입니다. ”
이 말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느 한 신부의 사상일 뿐이지만, 하느님께서 다른 신을 믿는 이교도 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에게 까지도 관용을 베푸시는, 우리가 진정바라는 하느님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 말고도 치셤 주위에는 인간의 치졸하거나 악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가 보좌 신부로 갔었던 키저신부. 이 신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이다. 권위적이고, 남을 배려해 줄줄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도 신부이다. 비록 사람들에겐 인저을 받지 못하지만, 엄연히 한 도시의 성당을 지키는 신부인 것이다. 치셤이 회관을 만들어 마을의 청년과 젊은 여자들이 어울려 춤출 수 있도록 했을 때에도 키저신부는 그것을 그저 ‘문란한 놀음’으로만 보고 그것을 막으려 하였다. 이 부분에서 치셤이 한말도 나에게 와 닿는다. 결국 사람의 욕정이라는 것도 하느님이 주신 자연적인 것이고, 그것을 막으려다간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뿐이라는 것이다. 성경에서도 네 이웃의 여자를 탐하지 말라하였지 젊은 남녀의 순수한 교제까지 막은 것은 아니다. 성이라는 것은 감추고 또 억제하려 할수록 그 본래의 뜻을 잃고 점점 타락해 가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주신 본능인 만큼, 하느님의 말씀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마땅히 즐겨져야 하는 것이다. 고대사람들의 무조건 성을 감추려고만 한 태도가 실패한 원인도 이런 곳에 있는 것이다.
다음 보좌신부로 간 곳에서는 기적이 일어난다. 한 소녀가 마리아의 샘이라는 곳에서 성모마리아의 환영을 본 뒤 샘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소녀는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히려 건강해진다.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모두 기적이라고 하고 성당에서 긴급 회의가 열린다. 하지만 이런 큰 기적에도 사람들의 이기심은 그저 그 기회를 이용하려고만 한다. 말캄은 주위의 땅을 조금씩 사들여 나중에 비싼 값에 팔 생각을 하고 신부들도 겉으로는 아니지만 그 기적을 이용하려 한다. 결국 그 모든게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었을때에 말캄이 치셤에게 부탁하는 장면은 실로 인간성의 가장 추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진실을 부정하면서 까지 자기 이익을 챙기려 하는 인간의 모습 말이다. 거짓을 말한 모녀도 그저 세상에 알려지는 게 두려워 진실을 감추려고만 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거짓말을 하지말라 하셨다. 하느님은 진실을 원하시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소녀의 정확한 병명을 진단하고 걱정한 탈록이야 말로 하느님이 원하는 사람이라 하겠다. 때로는 지나친 신앙이나 믿음, 혹은 욕심이 진실을 가리는 것이다. 이 뒤에 이야기는 이러한 치셤에게 새로운 충격을 준다. 탈록이 돌보던 병자가, 그 샘물에 몸을 씻은 뒤 나아지지 않던 병세가 호전된 것이다. 인간에게 중요한건 신에 의한 기적이 아니다. 그 대상이 누구든지 간에, 그것에 대한 진실한 믿음. 이것이 인간에게 진정한 기적을 부르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나 여러 가지 일들 말고도, 세상의 작은 부분이나 작은 사람들도 치셤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자기 아들을 살려준 대가로 치셤신부를 지원해주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진심으로 기독교로 귀의한 챠씨. 그는 계속해서 이런 말을 한다.
“천국에 가는 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기독교도 그 문으로 가는 방법중 하나일 것입니다.”
비록 중요하게 다뤄지진 않고 있지만, 이 말도 작가의 신앙관중에 하나일 것이다.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로도 진실한 믿음과 마음이 있다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것이 광신적인 믿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믿음이라면 그건 진실한 믿음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기독교도라고 해도, 자신들만의 믿음에 빠져 남에게 피해를 주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건 기독교의 교리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종교로써의 의미도 사라지는 것이다.
이 책은 기독교 신부가 주인공이지만 기독교로의 회의를 요구한다거나 기독교의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독교의 지금까지의 잘못되고 모순적인 사상을 꾸짖고 있다. 또 종교의 의미, 기독교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 해결책으로써 사람의 아들에서처럼 새로운 신을 만들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치셤은 인간으로써의 고민을 하느님을 향한 믿음으로써 다스리는 것이다. 절대 진리로써의 기독교가 아닌, 그저 수많은 믿음 중 하나인 기독교의 모습이 보여지는 것이다.
종교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좀더 좁게, 기독교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도 그 답은 확실하게 제시되어있지 않다. 그저 한 신부의 인생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을 뿐이다. 이 신부는 기독교의 잘못된 모습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진정한 모습을 담고 있고, 인간의 악한 면과 함께 인간의 선한면도 보여주고 있다. 또 종교에 대한 물음도 제시하고 있고 인간의 인생에 대한 물음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일들을 보면서 나는 하느님이 정말 원하시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성경에 따르면 하느님께선 ‘미신을 섬기지 말라’ 하셨고 ‘나를 통하지 않으면 천국으로 갈 길이 없으리로다.’라고도 하셨다. 하지만 나는 이런 말씀들이 무조건 기독교도만 구원받고 혜택 받음을 뜻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과거에 자신들만이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민족이고 자신들만이 구원받는다 해서 다른 기독교도들에게 탄압을 받은 유대교도. 지금 기독교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다른 종교들을 보면 대부분 타 종교에 대해서 관대한 면이 많다. 유교나 불교가 다른 종교를 탄압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유독 기독교만이 타종교를 배척하고 탄압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은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하느님께서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하셨던 것은 다른 종교를 배척하라는 소리가 아니고 그릇된 믿음을 가지지 말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또 자신을 통하라는 말씀은 자신만을 섬기라는 뜻이라기보다 하느님의 말씀에 맞는 삶을 살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느님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하느님의 말씀에 맞는 삶을 살았다면 그 사람도 하느님께서는 천국에 데려 가실 거라는 것이다.
이런 성경의 해석은 나 개인의 생각에 불과하다. 내가 맞을지도, 아니면 지금 성당의 신부님들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자가 각자의 믿음으로, 하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면 하느님께서 들으시고, 또 대답해 주실 것이라 나는 믿는다. 이러한 믿음. 비록 단순하지만 어떤 것에 대한 순수한 믿음. 이런 것이 바로 종교의 의미가 아닐까. 또한 기독교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아직 우리의 부족한 지식으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의미를 알려고 하는 노력은 계속 될 것이다. 우리의 순수한 믿음이 존재하는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