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천사와 악마
나는 너무 어려서 장소와 상황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의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성당에 다녔다. 그 것이 비록 나의 의지가 아닌, 부모님의 의지로 시작되었다 할지라고, 지금도 매주 빠지지 않고 미사에 참석하고 있고, 항상 내 맘속에 예수님과 하느님을 담아두고 있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라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또한 나는 1년전 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이공계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예비 공학도로 과학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평소에는 나의 이 두가지의 사회적 지위에 대하여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없었다. 학교에서 생물 시간에 배우게 되는 다윈의 진화론을 공부하면서 진화론이 잘못된 학문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적은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구약성서에 나오는 천지창조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중세시대의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난 참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한 양 극과 극에 모두 놓여 있…(생략)

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하느님이란 내가 방황하다 돌아가도 언제나 포근히 안길 수 있는 어머니 같은 따스한 분이셨다. 그저 하느님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의미로 당연히 해야하는 일처럼 미사에 참석하고 기도를 드렸다. 마치 어머니를 존경하고 좋아한단 표현으로 어머니가 외출하셨을 때 자발적으로 미사에 참석하고 존댓말을 쓰는 것같이 말이다. 또 그 때 어머니께서 기뻐하시며 ??우리 딸 참 착하다??고 하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것처럼 하느님도 나를 기특하게 여겨주시고 예쁘게 봐주시기를 바랐다. 가끔씩 어머니가 원망스러워져도 나의 어머니이고 어머니 또한 날 위해 그러시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계속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처럼 하느님도 나의 하느님, 우리 하느님이시가 때문에 때로 짜증나는 일이 있더라고 기쁘게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일에 쓸데없는 지나친 형식과 차림은 필요 없었다. 원수도 사랑하라고 가르치신 분께서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선량한 사람을 죽이면서 하느님을 위한 일이라고 자기 합리화시키는 사람들을 기특하다고 하실리가 없다.
결론적으로 생각하면 천지창조도 결국은 사람의 손으로 쓴 성서에서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천지창조에 대한 이야기는 철썩같이 믿으며 지키기 위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죽이면서 왜 정작 더 중요한 ??이웃을 사랑하라??,??뺨을 한대 맞으면 다른 뺨도 마저 내주어라??하는 훨씬 중요한 말들은 왜 간과해버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본의 아니게 옳지 못한 짓을 할 수도 있지만 신을 위하여 살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나쁜 짓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또 과학은 어떠한가.
과학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채워주고 논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만든다. 사람들은 과학으로써 좀 더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서 종교를 무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종교는 종교 그 것으로 지켜야 한다. 과학을 너무 믿다가 타락해 버린 사람, 방황하는 사람을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것이 종교라고 생각했다. 어머니의 품처럼 따스한 그곳.
물론 이 책은 역시 소설이고 말 그대로 허국성이 짙게 깔려있는 글이기에 매우 극단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이미 중세시대부터 종교와 과학의 대립은 계속되었고 또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난 안타까운 마음이다.
책에서 ??레오나르도 비트라??라는 전직 신부인 유능한 물리학자는 종교와 물리의 합일을 증명하다가 과학을 지극히도 증오하는, 앞에서도 언급했던 카를로란 신부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꼭 과학과 종교의 금을 철저히 그어놓는 일도 이해할 수 없다. 어짜피 서로 공존하는 것이 아닌가. 과학과 종교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등을 맞대고 함께 걸어나가야할 관계 . 종교가 없거나, 또는 과학이 없는 삶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리지 안항T던가. 이런 그 둘이 서로를 몰락시키려 너무 자신의 등을 치켜올리거나, 또는 너무 수그린다면 결론은 모두의 추락이고 패배다. 순수한 과학이 발전해야 순수한 종교가 발전하고, 순수한 종교가 발전해야 순사한 과학이 발전한다.
얼마전 엄청난 ??쓰나미?? 에 의하여 동남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큰 인명피해와 재산 피해를 본 일이 있었다. 그 비참하고도 안타까운 현장을 보면서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이런식의 말을 하였을 것이다. 물론 우리 어머니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자연을 너무 많이 경시해서 이젠 자연, 즉 하느님이 우리에게 충고를 던져주시는 거야.??
이렇듯 아무리 우리의 과학이 위대한 상태에 이르렀다 할 지라고 여전히 신은 우리 곁에 있다.
이렇게 둘이 과학과 종교가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한 천사와 악마의 정의도 쉽게 내릴순 없을 것이다.
천사와 악마, 그 중간에 과학이 있고, 종교가 있고, 또 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