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
벌써 2년이 되어가나 보다. `O.헨리` 란 작가를 알게 된 것이... 중학교 도덕 시간에 한 단편이 소개되어 읽었을 때의 그 느낌은 아직까지 생생한데 말이다. 그 때는 `마지막 잎새`였던 것 같은데, 결말의 역전이랄까, 예상치 못한 놀라움에서 수식어를 붙이기가 애매한 감동, 생각 없이 느껴지는 전율이 온 몸을 감싸는 그 느낌을 잊지 못해 또다시 `O.헨리`의 단편을 들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오래됐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은 특별한 선물로 내게 다가왔다. 어떠한 선물을 주려고 하는지는 몰라도 시작은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많이 요했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누구나 느낄지 알 수는 없지만 정말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 앞에 보였다. 크리스마스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가치있는 물건을 팔았으나 뒤에 이어지는 안타까운 상황들...
`1달러 87센트, 그것뿐…(생략)

안타깝다? 불쌍하다? 도무지 자신이 없어 생각이 나질 않는다.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할 정도로 극적인 것은 사실이었다. 작가가 의도했다고 할 정도로 억지 같은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부인할 수 없는 건 왜일까? 돈이라는 필요악의 모습에 앙심을 품고 있어서? 강자가 위에 서고, 약자가 밑에 깔리는 사회의 그런 모습에 환멸을 느껴서? 아니다. 내가 커서 이것을 잃어버릴까 무서워서이다. 그게 가장 두렵다. 물론 어려운 사람들도 나름대로 행복을 추구하며 살 수 있고, 오히려 가진 자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그런 상황에 있다고 생각해보면, 찢어질 듯한 느낌이 주위를 에워싼다. 내가 만약, 매우 부족한 상황에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푼 가슴으로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그 사람에게 줄 선물과 바꿔, 그에게 주었을 때 그 사람이 나를 위해 나와 같은 행동을 취했다면... 슬프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현실을 비관할 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만 읽었다면 말이다. 상대가 즐거워할 수 없는 모습에서 돈이 무엇인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겪어보게 될 지 알 수 없는 일이기에 단편적인 감정만 들지도 모른다. 설마 내가 그럴까 하는 생각이 방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정말 그 느낌이 어땠을까 모든 이에게 그리고 당사자들한테 물어보고 싶다. 웃지 못할 상황에서 서로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그래도 어떻게 보면 행복한 모습인지도 모른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모든 걸 남에게 주는 모습을 서로 확인했으니... 굳은 신념과 의지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결코 쉬운 얘기는 아닌 것 같아 씁쓸하긴 하다.
부분마다 다시 읽으면 읽을 수록 크리스마스 선물 한 번 색다르게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말을 쓴지도 모르게 써진 것이 내 기분 상태와 흡사한 것 같아 재밌다.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짐과 데라는 그래도 서로의 마음은 읽었겠지, 비록 마음껏 웃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 이브는 아니지만 서로에게 사랑의 말을 해주기 쉬운 크리스마스 이브이기에 그 기분은 멀리 떨어진 나에게까지 은은하게 전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그 크리스마스 선물이 워낙 특별해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