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디아의 비밀을 읽고

클로디아의 비밀을 읽고
열두 살 클로디아는 열 살인 동생 제이미와 가출을 한다. 가출한 이유는 지겨워서다. 학교에서는 우등생에 모범생이고, 집에서는 동생들과 사소한 일들로 늘 다투며, 맏딸로 부모님에게 차별대우를 받는게 지겨워서다.
5분을 계획하면, 계획없이 15분을 노력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클로디아는 가출계획도 꼼꼼히 세운다. 가출하는 날, 요일, 교통수단, 장소까지.
결국 책을 다 읽고나서 내가 느낀 건... 이건 가출이야기가 아니라 한 편의 모험이야기다. 클로디아와 제이미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일주일동안 가출모험을 한다. 미술관에 전시된 침대에서 잠을 자고, 분수에서 목욕을 하고,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대신 전시된 미술품에 대한 공부를 한다.
이쯤되면 클로디아와 제이미는 가출한 아이들이 아니라 모험을 떠난 용감한 남매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풍긴다. 가출이라는 소…(생략)

미는 비밀을 간직한채 집으로 돌아간다. 집을 나올 때 평범한 아이들이었던 둘은 특별한 비밀을 간직한 특별한 아이들이 되어 돌아간다.
이 작품은 큰 스케일의 빈틈없는 플롯으로 짜여진 추리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할머니의 비밀을 알아 내는 방법과 상큼한 반전은 독자의 마음을 가볍게 흥분시키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의 핵심이자 내 마음을 크게 찌른 구절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내게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클로디아에게는 자신들이 가출장소를 `메트`로 정해 그 곳에서 일주일 간 생활했다는 `비밀`이 있다. 클로디아가 집에 돌아갔을 때 가족들이 모두 궁금해하더라도 그것은 클로디아와 제이미의 비밀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
할머니에게는 천사상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임을 증거하는 증거물이 있다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토록 궁금해 하는 비밀이지만 자신이 죽을 때까지 결코 말하지 않는다. 비밀이란 참 매력적인 것이다. 나에게 비밀이 있었던가 싶다. 그냥 뭣좀 비밀스럽다 싶으면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대니까 말이다. 이처럼 아이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자신이 간직한 `비밀`이란 그 삶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고, 그 비밀을 지켜가면서 자신의 가장 여린 부분도 함께 지켜나가는 훈련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클로디아, 제이미와 함께 한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가출. 그리고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주는 `비밀`을 만나면서 나는 왠지 가슴에 환한 등불을 켜 놓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