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를읽고 탁류를읽고나서

“탁류를 읽고”
이 소설의 주인공인 초봉은 무능력한 아버지 때문에 팔려가듯이 고태수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누가 알았을 것인가, 자신의 욕심에 눈이 멀어 결혼을 강요한 부모가 청류같은 초봉이를 인생의 탁류로 보내어 망가져 버리게 하였다는 것을...... 자신을 생각지 않고 살아 온 초봉의 착한 마음이 그녀를 타락한 탁류로 이끄는 지름길이 되었을 것이다.
소설을 읽을 때마다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초봉의 인생은 어찌하여 그리 고달픈 것일까? 과연 사람이 그렇게도 살 수 있을까 아니 그렇게까지 하여서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을 이용해서 잘 살아보려고 했던 아버지는 결국엔 초봉에게 돈을 받아.. 장사를 하게 되었고 넉넉한 살림을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으로 그 아버지로서는 잘 된 일인 것인가? ..... 자식을 살인자로 만들어 놓고 따뜻한 밥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것…(생략)

또한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혼탁한 물결이었다. 아무리 궁핍하고 힘든 생활을 하더라도 그렇지, 자식의 인생이 걸친 문제인데 마치 소나 돼지를 팔아 넘기듯 결혼을 그렇게 쉽게 처리할 수 있을까? 그들의 무모함과 무지, 부주의 헛된 욕심은 결국 딸은 물론 자신들에게도 불행을 자초했다. 특히 초봉이가 서울에서 온갖 마음고생, 몸 고생을 다 하며 돈을 부쳐주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 미두장에 찾아가서 돈을 날리는 정주사가 너무 한심했다. 그리고 돈이면 자식도, 부모도 없는 타락한 당대의 자본주의 현실 또한 숨이 막히게 했다. 일제의 식민지만큼이나 생명의 위협을 받고 심각하진 않지만 타락할 대로 타락한 자본주의 속에서 정신적인 것보다 물질적인 것들이 중요시되고, 부정부패와 각종 범죄 등이 팽배한 우리사회의 심각성도 무시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만약 사람들간의 정, 서로 사랑하는 마음, 작은 관심이 없어지게 된다면 우리들은 돈과 권력에 의해 지배되는 절망적인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섬뜩해졌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만 탁류에 휩쓸리지 않고 밝은 미래를 살아갈 수 있을까? 너무 막연한 의문인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방법은 장황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가짐에 있다고 생각한다. 작더라도 이웃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 신뢰, 또 미래에 대한 자신들만의 꿈, 자신감, 옳은 일에 언제라도 뛰어들 수 있는 정의의 용기....... 그리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왔던 길도 돌아보고, 사소한 것들에도 눈길을 돌릴 수 있는 여유도 갖는다면 오히려 맑은 물의 힘이 탁류의 찌꺼기까지도 휩쓸어 버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이 자정 능력이 있듯 우리 인간들도 자정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가슴 한 구석의 답답함을 무엇으로도 감출 수가 없었다. 지금 내가 이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이 또 하나의 다른 탁류인지 아니면 청류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끔찍하리 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초봉의 삶을 통해 나는 내가 가야할 방향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얻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며 초봉이의 남은 여생만이라도 밝은 빛의 평안함으로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