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천하를읽고 태평천하를읽고

태평천하
암울한 사회속의 태평천하
만석꾼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한 푼 이라도 아끼려 갖은 애를 쓰는 윤직원 영감.
그는 부의 균등 분배를 주장하는 사회주의를 가장 증오하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자신의 부친과 자기가 어떻게 해서 증식하고 지켜 온 부인데.......
윤직원 영감은 지금 말로 소위 콩가루 집안 정도로 표현되는 가족을 가지고 있다. 그의 외아들 창식은 첩살림을 차려 나가 돈을 탕진 하고 있고, 그의 부인 고씨는 시아버지인 윤직원 영감과 싸우지 못해서 안달 나 있다 . 윤직원의 딸 서울아씨는 청상과부로 윤직원의 집에 머물러 있고, 맏손자인 종수는 군수가 되기 위해 시골 군청의 고원으로 취직해 있으면서 역시 첩살림으로 수만의 가산을 탕진하고 있다. 둘째 손자 종학은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어 윤직원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터이지만 이도 서울집에 있는 본부인과 이혼하겠다며 성…(생략)

데 돈을 쓰며, 판소리 혹은 명창 대회를 찾아다니면서 그 시대의 권력 혹은 부를 가진 지배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귄리를 누리고 있다.
작가는 윤직원 영감을 내세워 왜곡된 사회와 그 속의 부정적 인물을 조롱하고 있으며, 특히 일제 강점하의 현실을 태평천하로 여기고 있는 주인공의 어리석은 시국관을 풍자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나타난 윤직원 영감을 비롯한 그의 가족 모두가 사상이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다. 윤직원 영감은 푼돈 같은 것은 어떻게든 깎아 보려 애를 쓰지만, 자기의 건강을 위해 서라면 돈을 아끼려는 기색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리고 그의 아들이나 손자는 첩살림을 하며 주색에 빠져 있고. 그의 가족 중 둘째손자 종학만이 채만식이 나타내려던 이상적인 인간상을 나타내고 있지만, 그 역시 여타 소설에서 제시되어지는 전형적인 이상적 인간상이 되지 못한다. 그는 그의 부인과 이혼을 하려 계속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네 고정적인 관념과 정서적인 측면에서 많이 부딪히고 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말이다.
??암울한 시대 상황 속의 어느 부정적 인물만의 태평천하.??
언뜻 보면 말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는 우리 역사 속에서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윤직원 영감 같이 일제시대에 권력에 붙어 옳지 못한 부의 자유를 누렸던 사람들과 IMF시절 온 국민이 허리띠 졸라매고 노력하던 때에 해외 호화 해외 관광 혹은 고가의 명품을 아무렇지 않게 사는 사람들이 바로 암울한 시대 상황속의 극소수의 태평천하를 누린 사람들의 예에 속한다.
이 소설과 채만식을 떠올려 보면 어떤 생각 하나가 내 뇌리를 무시할 수 없는 바람결과 같이 스쳐지나간다.
채만식이 풍자를 통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일제시대에 일제에 기생하여 부와 권세를 누리던 사람들을 훈계하며, 우리에게 어떠한 가르침을 주려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