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형

태형
태형. 듣기만 하여도 무섭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태형이라는 제목이 어떤 이유에서 붙은 걸까?` 하는 호기심에 이 책을 폈을 때, 첫 문장의 "기쇼오" 라는 말에 흥미를 느껴 끝까지 읽게 되었다.

3?1 운동으로 많은 사람이 옥에 갇히게 되자 감방마다 미결수들이 꽉 차게 되었다. 잠도 사람들을 삼등분해 돌아가며 잘 형편이고 더위 또한 견디기 어려웠으며 종기, 옴, 탁한 공기 등 최악의 조건이었다. 이 밀폐된 공간에 사십여 명이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가운데 죽음보다도 더한 이 상황에서 일초만이라도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모두의 소원이었다. 더운 날, 병감으로 나가는 병인들을 부러워하는 죄수들의 모습에서 비참한 감옥생활을 하면서 이상이나 사상보다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에 사로잡히게 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죄수들이 한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이해되기도 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앓는 것보다 차라리 사람이 적고 물약도 줄뿐만 아니라 맑은 공기까지 마실 수 있는 병감에 있는 것이 감옥살이를 하는 죄수들에게 조금이나마 편하게 생각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가…(생략)

다. 한 사람이라도 나가면 나머지 사람들은 넓은 공간에서 살 수 있으므로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한 패가 되어 "당신이 나가면 자리가 넓어질 것이고, 3?1 운동 때 총 맞아 죽은 아들이 둘이나 있는데 당신 혼자 더 살아서 무엇하겠느냐?" 고 윽박지르며, 다른 사람을 위해 공소를 취하하도록 압력을 넣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을 해 그들의 동조도 얻었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한참 후에 노인은 공소를 취하하겠다고 해 간수를 불러 이야기를 전했다. 간수는 영감을 데려 갔다. 영감이 태형을 받으러 가자 이기심으로 가득 찬 `나`와 감방 안의 다른 사람들은 자리가 조금 넓어졌다는 생각에 기쁜 빛을 감추지 못했다. 오랜만에 목욕을 하며 즐거워하던 `나`는 영원 노인의 비명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른 죄수와 마찬가지로 작은 공간이나마 확보하려는 이기심과 비정함 때문에 노인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을 후회하면서 괴로워했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서 아무리 약자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 사람을 무시하거나 괴롭히면 안 된다는 평등의 이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