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부활을 읽고 부활을읽고

예전에 톨스토이의 단편집을 읽고 감동을 받았었다. 짧은 동화와도 같은 이야기 속에는 뭔가 깊은 깨달음이 담겨져 있었다. 사랑과 진리를 추구하는 톨스토이의 사상이 참되게 느껴졌고, 또한 만년을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셨다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사셨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것도 내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 것 같다. 그렇게 그는 문학의 거장으로서 작품을 통해 깨달음을 주시는 인류의 스승이시고, 나는 또 그의 대작 <부활>을 읽게 되었다. 사실 번역본으로 본 것이라 문체 그대로 느낄 수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긴 했다.
?네흘류도프, 인간의 다양한 변화 모습을 보여주는 애정이 가는 주인공이다.
네흘류도프는 젊은 시절 아름답고 순수한 꿈을 꾸던 청년이었다. 그는 고모댁에서 양녀이자 하녀로 자란 아름다운 카츄사를 만나게 되었고, 그들은 순수한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 그가 사는 귀족사회는 그의 사상과 너무 다른 것…(생략)

러다가 둘은 재판장에서 다시 숙명적인 만남을 갖고 그때부터 두 사람 영혼의 부활은 시작된 것이다. 배심원으로 참석하게 된 네흘류도프는 과거 자신의 한순간의 실수로 인생을 망친 카츄사를 보았고 심한 죄책감에 빠져 들게 된다. 네흐류도프는 서서히 영혼의 눈을 뜨게 되었고, 진실된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카츄사를 위해 귀족의 부귀영화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까지도 바칠 것을 다짐한다.
?그의 다짐과 회개는 그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조금의 갈등이 있긴 했지만, 억울하게 시베리아형을 선고받은 카츄사를 석방시키기 위해 그는 온갖 노력을 다하기 시작한다. 또 카츄사를 만나 천박해진 그녀를 보고 실망하면서도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자신의 다짐을 밝힌다. 그러나 카츄사는 그런 그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위선적으로 보였는지 그의 노력을 외면한다.???
?네흘류도프의 그런 또 다시 변화한 모습은 그야말로 그의 부활이었다. 그의 마음속엔 아직 선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또한 그에게서 감동을 받은 점은 그의 다짐과 회개는 그저 하룻밤에 지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한꺼번에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것들이 많이 있었다. 결혼을 약속한 귀부인도 있었고, 그동안 쌓아온 그의 귀족으로서의 명예나 권위, 수많은 재산... 그는 그런 것들을 다 버리지 않더라도 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정말로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얼굴로 회개하고 그녀에게 용서를 빈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카추사는 그에게 그렇게 말한다. 한때는 젊은날의 쾌락을 즐기기 위해 자기를 이용하고 몇푼의 지폐로 해결하려 하더니, 지금은 또 자기를 이용해 구원을 얻으려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의 진실된 마음이 그녀에게 점점 전해졌던지.. 카츄사도 서서히 그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
?한편 네흘류도프는 그렇게 그녀를 석방시키기 위해 돕는 과정에서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감옥에서 고통받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들을 도우면서 점점 그 당시 부패하고 모순된 사회 모습을 보게 된다. 가난하고 힘없다는 이유로 감옥에 들어온 착하고 소박한 사람들, 모순된 사회를 바로 잡고자 힘쓰다 정치범이 된 사람들.. 그들에 비하면 힘 좀 있다고 악덕과 위선에 가득찬 귀족들은 이제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존재들에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또한 그는 토지 사유제에 회의를 품고 자기 땅의 소작인들을 좀 더 자유롭게 해주고자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지배계층에게 반감을 품고 있던 농민들은 쉽게 그를 믿어주지 않았고, 결국 나중에는 더 좋은 조건을 요구하며 불만을 토로하기까지 하는 모습에서 큰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렇게 여기저기서 사회의 모순을 느끼며 고쳐보려고 하지만.. 그에게는 너무 벅찬일 이었던 것일까...
?카츄사의 석방도 이루어지지 않고 결국 그도 그녀를 따라 시베리아로 가기로 한다. 시베리아로 가는 도중에 만남 사람들을 통해 그들의 힘들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땡볕아래서 행군을 하다가 죽는 죄수들과 잔인한 지휘관들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카츄사와의 관계도 좋아지긴 했지만, 그녀는 결국 그에게 가지 않았다. 그를 위한 그녀의 선택일 수도 있지만, 나는 사실 왠지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네흘류도프는 여태껏 그녀를 위해 따라왔는데 이제 그에게 목표의식이 없어진 듯한 허무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에 또 다시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또 다시 평화로워질 수 있었다.
?인간은 그 안에 인간다움이 내재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고 언제든지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물이 탁하다고 해서 물 자체의 성질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