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씨 이야기를 읽고

좀머씨 이야기를 읽고
중학교 3학년때의 일이다. 나는 그때 당시 학교 클럽활동으로 프라모델반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때는 가을 무렵으로 특별활동전시회를 위해서 우리조원들과 함께 전시품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정말 성실히 만들고 있었는데 옆에있던 꽤나 친한 J군이 지루했던지 나에게 잡담을 걸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참 떠들고 있었는데 담당 선생님이 오시더니 만들지 않고 뭘 하냐고 호통을 치기 시작하셨다. 그러자 그 J군은 장난으로 내가 먼저 잡담을 걸기 시작하고 자기 혼자 다 만들었다는 식으로 모함을 했다. 옆에있던 C군도 그런 상황이 재밌었는지 한 술 거들어 그 말이 맞다고 두둔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담당 선생님은 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수업동안 나에게 불친절한 태도로 일관했다. 나는 아무리 아니라고 설명을 해도 들으려고 하지 않으셨다. 급기야 특활전시회에서의 전시품에 내 이름만 쏙 빠져있는것이 아닌가? 난 정말…(생략)

사람들이 그에게 왜 걷기만 하냐고 물어보면 그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제발 날 내버려둬 그냥!?? ??한마디로 자신이외에 다른것들에 대해서는 다른세계로 보고 완전히 단절된 삶을 살아간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보고 온갖 추측을 쏟아내곤 한다. ??흥, 미친게 틀림없어??, ??밀폐공포증 환자여서 밖을 쏘다녀야만 하는거야?? ??돌았군?? 등의 별 대단치도 않은 추측만을 얘기할 뿐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진정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들의 가십거리로 ??좀머??씨를 이용하는것이다. 즉 진정한 관심과 걱정이나 우려가 아닌 자신들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하여 ??좀머??씨를 욕하고 입방아 ��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아버지가 말하는 것으로부터 알 수 있다. ??어서 타시라니까요, 글쎄! 몸이 흠벅 젖으셨잖아요! 그러다가 죽겠어요!??이말은 우박속에서도 계속 걷고있었던 좀머씨를 향해 ??나??의 아버지가 ??좀머??씨에게 차에 타라면서 했던 말이다. ??그러다가 죽겠어요?? 자체는 ??나??의 아버지가 틀에박힌 빈말로 생각하는 말이다. 진정한 관심이나 걱정이 없다는 증거다. 어쨌거나 ??좀머??씨는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 나는 이런 ??좀머??씨가 정말 우스꽝스럽고 하찮은 가십거리로만 여겨질 정도로의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의 행동은 이해할수 없지만 왠지 소설속에 그를 보고 있노라면 그에겐 뭔가 심각한 무언가가 있는 듯 하다. 항상 똑같은 옷차림에 걷기만 하는 그에겐 마을사람들에게는 밝혀지지 않은 엄청난 것이 있을 듯 하다. 과거에 어떤 큰 충격 또는 사건 혹은 죄책감이 그를 계속 걷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그런만큼 나에게는 그런 ??좀머??씨가 굉장히 호감이 가는 인물로 다가온다. 무엇이 그토록 그를 걷게 만들었을까? 이소설에서 난 명확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지만 오히려 그런 해답없이 추측하게만 만드는 것이 더 이 소설을 재밌게 만든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날 좀 내버려 둬, 그냥!?? 이 한마디는 그가 얼마나 그가 아닌 세계와 단절 되고 싶은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 같다.
한편 이 ??좀머??씨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아무 생각없이 걷는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런 행동이 그를 계속 관찰하게 되는 ??나??에게는 ??나??가 성장하면서 뜻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좀머??씨는 계속 걷기만 한다. 그러나 ??나??가 어떤 사건 또는 자살과 같은 큰 일(?)을 벌릴때도 자살을 막는 역할까지 한다. 소설속에서 ??나??는 ??카롤리나??를 좋아하는데 항상 등.하교하는 길이 달라 달리 같이 얘기하거나 하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날 ??카롤리나??가 일이 생겨 ??나??와 함께 같이 갈 기회가 생겼으나 일이 취소되는 바람에 모든 것이 불발되고 만다. ??나 오늘 너랑 같이 못가??이 한마디를 던지고 ??카롤리나??는 횡하니 사라진다. 그 모든 상황이 어린나이에 믿겨지지 않는 ??나??는 어찌할바를 모르고 정신적 공황에서 허우적 댄다. 그때 저멀리 ??좀머??씨가 계속 걷는 것을 보게된다.... 또 다른 어느날 ??나??는 피아노 학원에 늦게되고 이런저런 일로 피아노 연주도 엉망진창으로 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게 의도적인 것은 아니였다. ??푸겔??선생님은 약간 다혈질적인 기색으로 ??나??에게 호통도 그런 호통이 없을 정도로 화를 낸다. 심지어 없는 일까지 추측해가며 ??나??를 수준없는 아이로 폄하하기 까지 이른다. ??나??는 결심했다. 이런 세상과는 인연을 맺을 필요가 없다. 자살이다. ??나??는 덩치가 커다란 가문비 고목으로 약 30m지점까지 기어오르게 된다. 가지로 손을 뻗어 자살할 차례다! 근데 밑으로 ??좀머??씨가 한결같이 걷고 있는 것을 보게된다.... 왠지 모르지만 ??나??는 자살을 포기한다. 왜 ??나??는 ??좀머??씨를 보고 자살을 포기한것일까? 나는 그것이 아마 ??나??와 좀머씨를 세상과 인연을 끊은 동질감이 생긴 동시에 ??좀머??씨도 사는데 나는 왜 못사나 하는 의문을 낫는 것으로부터 일어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좀머씨도 지독하게도 이 푸겔선생님으로부터 느낀 이 더러운세상과 인연을 끊으면서도 한결같이 걷고, 걷고 또 걷는데 나라고 남은 인생을 포기할 이유란 없었던 것이였던게 아닐까? 결국 끝에 가면 이 한결같았던 ??좀머??씨도 자살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자살은 아주 비통하거나 슬픈 것이 아니였다. 적어도 ??좀머??씨에게는 걷는 인생의 한 부분인 것 처럼만 보였다. 그는 호수로 그가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걸으면서 깊숙이 지팡이를 내짚고 죽어간다. 그렇게 일상생활의 한부분처럼 걸으면서 죽는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있던 사람은 오직 ??나??하나 뿐이다. 한편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그에 대해서 온갖 추측으로만 지루함을 달랠뿐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마을 사람들에게 죽어서도 가십거리가 된 좀머씨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좀머씨에게서 어떤 동질감을 한때라도 느꼈던 사람이라면 마을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해명 겸 모든 것을 얘기 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아마도 오히려 동질감을 느끼고 좀머씨에 대해 이해를 했기 때문에 얘기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세계와는 단절되고 싶은 좀머씨, 그에 대한 얘기를 죽어서도 얘기하지 않는게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말을 하지 않는게 그를 위한 길이 아니였을까?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또 한가지 느낀점은 ??나??와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나??는 푸켈 선생으로부터 폄하를 받고 있지도 않은 사실로서 나를 수준낮은 아이로 평가받고 ??진실이 짓밟힌 경험??으로 자살을 하려는 모습이 있다. 그는 그가 자살을 하면 이런 끔찍한 상황을 만든 모든이들에게 막심한 후회와 나를 잃은 상실감으로 고통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흐뭇해 한다. 바로 이 장면으로부터 불현듯 공감을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나도 유년기때 심한 모욕감또는 좌절감을 느끼고는 어린마음에 자살을 하면 이런 모욕감을 준 사람이 상당히 고통스러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일종의 희열을 느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나??가 유년시절에 무한히 펼쳤던 터무니없는 상상이나 카롤리나에게 일종의 배신을 당하고 느끼는 감정도 모두 한번쯤은 겪어보았기 때문에 무척이나 흥미로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도 ??좀머??씨와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과연 나의 인생은 달라졌을까 하는 궁금증을 품었다. 소설속 ??나??가 알게 모르게 ??좀머??씨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성장을 해 어른인 ??나??에게 이르기까지 그 괴짜같았던 ??좀머??씨는 ??나??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걷기만 하는 사나이에게서 배울 수도 있는데 과연 내 주위에는 그정도로 시시하지만 그래도 교훈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지금은 아무도 없을것이다. 설사 있는다 해도 나는 그런 사람을 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 가십거리로만 여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은 이상 나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제발 나를 가만히 놔둬, 그냥!??하며 극도로 자기 이외의 세상과의 접촉을 꺼리던 ??좀머??씨... 그런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도 않겠지만 그와 같은 사람이 있다 해도 소설속에서의 마을사람이 되지 말고 그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교훈을 얻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