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 단편선 체호프 단편선

체호프 단편선
안톤 체호프는 19세기 러시아 문학이 낳은 최고의 단편소설가이자 극작가이다. 체호프는 기 드 모파상과 더불어 현대 단편소설의 형식을 확립한 가장 중요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을 뿐 아니라 셰익스피어 이래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공연되는 극작가로서 명성을 날렸다. 이 책은 번역자가 서장에서 언급했듯이, 그동안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체호프의 단편선을 선정하여 번역해 놓았다. 비록 러시아의 슬라브 민족의 보편적인 정서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그 섬세한 묘사와 생생하게 느껴지는 인물간의 대화를 표현하는 그의 천재적 능력은 이러한 민족 간의 이질감을 상당부분 감쇄시킬 수 있었다.
`관리의 죽음`이나 `드라마`와 같은 단편소설은 정말로 가볍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그 절묘한 희극성이 인상적이다. 이에 비해 `베짱이`나 `주교`와 같은 작품에서는 바로 곁에 있는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항상 그것…(생략)

게 재미와 흥미 그리고 감동을 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어린시절 글짓기를 하면서 약간은 느껴보지 않았을까? 이렇듯 자기만의 독특한 글쓰기와 방식으로 많은 단편소설 작가에게 영향을 준 그의 작품을 만나는 자체가 흥미로왔다.
이번 단편 작품들 중에서는 「내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이 작품은 고딕소설의 괴기스럽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상시키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리얼리스트였던 체호프의 작품 경향에 비추어볼 때 다소 색다른 소재이다. 감옥에 유폐된 한 인간이 엄청난 독서와 구도의 노력을 통해 궁극의 진리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내기」는 특별하면서도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었다.
단편소설이나 꽁트가 던지는 소재나 인물의 기발함은 사실 모든 이야기가 갖춰야 할 미덕이다. 게다가 일상적 소재와 인물을 통해 함정 같은 생의 아이러니를 담아내고 있으니 가장 단편다운 단편이다. 세계 최고의 단편 작가라고 톨스토이가 극찬을 했다지 않은가.
체홉은 인간사의 면면을 칼로 싹둑싹둑 잘라 그 단면을 단호하게 보여 주며 말한다. 인간은 정체가 없고 인생은 정처없이 풀어져 버린다는 것. 그래서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나는 도무지 작가의 인생관이나 생의 철학이 잡히지 않는다. 인물이나 풍경의 묘사는 그림처럼 아름답고 미려하지만 느닷없이 끝나버리는 결말의 갑작스러움은 강렬하면서도 부질없어 보인다. 그 강렬함과 허망함이 생애의 속성이고 삶의 또 다른 이면이라면 체홉이 보여주는 단편의 미학은 성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