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천하

태평천하
나는 국어 방학숙제로 목록의 많은 책들 중에 태평천하라는 책을 선택하였다. 이유로 말하자면 언젠가 `태평천하` 가 풍자소설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서였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이 책은 채만식의 작품으로서 1938년 <조광>에 실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1938년이라면 일제 강점기로 알고 있는데 과연 `태평천하`가 무슨 뜻일까?? 하는 마음에서 선뜻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윤직원 영감은 만석꾼임에도 불구하고 인력거꾼에게 돈 몇푼 더 주었다고(사실 더 준 것도 아님..;;) 아쉬워하고 버스 비도 안 내려고 요령을 피워 공짜로 타고 명창대회에 가서 싼 표를 사고도 비싼 표를 사야 볼 수 있는 맨 앞자리에서 보고 돈이 단 몇 푼이라도 날라가면 그 돈이 큰돈이 아니더라도 엄청나게 아까워하고 돈을 엄청나게 밝히는 구두쇠에다 흔히 말하는 짠돌이이다. 또 윤 영감은 집안의 문벌 없음을 섭섭히 여겨 가문을…(생략)

당하고 있던 그 일제강점기를 태평천하라 하다니..!! 외세의 침략을 받아 고난당했던 치욕스런 시대를 자신의 이익만 보고 태평천하라 외쳐대는 윤 영감의 모습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고 만족해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과 겹쳐 보였다.
어쨌든 윤 영감의 집안도 완전 콩가루 집안이다. 돈을 너무나도 밝히는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그의 자식들은 모두 속물이 된다. 첫째인 윤 영감의 아들 윤 주사는 맨날 첩의 집을 돌아다니며 놀면서 도박질만 한다. 군수감으로 여기던 맏손자 종수는 고향의 군 서기이지만 술과 계집질만 일삼는다. 그의 가족 중에서 채만식이 나타내려던 이상적인 인간상을 나타내고 있는 둘째 손자 종학이는 윤 영감의 그러한 마음을 배신하고 윤 영감이 가장 치를 떨어하는 사회주의에 가담해 사회주의자가 되어 버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윤 영감의 돈 밝히는 것에 아주 진절머리가 났다. 윤 영감은 돈 밖에는 모르고 또 그 때문에 우리 민족 모두가 고통 받던 그 시기를 태평천하라고 표현했다. 역시 이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그 뜻을 생각나면 화가 난다. 지금 이 책에는 윤 직원 영감 한 명만이 나왔을지 몰라도 내 생각으로는 일제 강점기 당시에 이런 사람들(친일파들이 다 이런 사람이 아니였겠는가??)이 꽤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이런 생각으로 채만식의 `태평천하`라는 소설을 되새겨 보았을 때 채만식은 풍자를 통해 우리에게 진정으로 하고자 했던 말은 일제시대에 일제에 기생하여 부와 권세를 누리던 사람들을 훈계하며,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려 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렇게 어려운 책을 읽은 것이 정말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