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를 읽고…

파우스트를 읽고…
저자 : 괴테
출판사 : 하서
언제였을까... 내가 이 소설을 접하게 된 것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벅찬 감동과 그리움... 그리고 번뇌와 고민만이 나의 생각 깊숙히 들어와 나를 혼란하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내가 이 소설을 이렇듯 집어들 수 있게 된 것도 아마 그 때의 그 느낌들이 나를 강하게 자극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우리에게는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라고 하는 작품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결국은 그 영혼을 영원히 구제 받지 못하는 전설< 파우스트>가 더 낯익은 작품일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 또한 그들 중 하나였으므로...
<파우스트>는 괴테가 14살 때 사랑했던 소녀 그레트헨의 그리움으로 시작한다.괴테는 글을 쓰면서 파우스트 박사가 되어 첫사랑의 추억에 흠뻑 빠져든다. 악마의 힘으로 젊어진 파우스트가 사랑을 나누는 소녀의 이…(생략)

자신의 생일날 8월 28일 작품의 초연을 볼 수 있었다. 여든 살을 맞이한 날, 그토록 오랜 시간
이 걸려 완성한 작품의 첫 공연을 보았을 때, 괴테는 어떤 느낌으로 바라보았을까... 자신의 창조물에 대한 희락... 아니면 그 창조물이 아직은 부족함에 대한 아쉬움... 그 어느것도 아니라면 운명 속에서 발버둥치다가 그 운명에 대항하지 못한 창조물에 대한 연민의 정... 후자쪽이 맞을 런지도 모른다. 나로서는 그 느낌이 더 내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작가의 오랜 세월의 정성이 담긴, 희곡 <파우스트>에는 괴테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체험과 감정이 담겨 있다. 친구, 아내, 외아들, 사랑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은 괴테는 조용하게
혼자서 작품 <파우스트>를 써내려 가며 자신의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본다. 그리고 환상에 사로잡힌다.
옛사랑의 추억... 잊혀졌던 그 시절의 우정들... 한낫 가치 없는 그 순간 순간이라 할 지라도 노년의 괴테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그리운 시절들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희곡 <파우스트>는 전설과 많이 다르다. 제1부에서 파우스트 박사와 그레트헨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는 전설에는 없던 것으로 괴테가 쓴 것이다. 결국, 괴테는 자신의 지난 세월을 회상하면서 파우스트 전설을 소재로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던 것이 아니었을까.
젊은 시절의 철없던 사랑을 회상하며 그 때는 그리할 수 밖에 없었던,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낳았을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했던 그 시절의 사랑,,, 이제는 그리움일 뿐인 내 어린 시절의 사랑...
제2부에서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도움으로 여러 욕망을 성취한다. 그는 두 개의 욕망에서 갈등 한다. 정신적인 즐거움과 육체적인 즐거움. 현세의 욕구와 현세를 떠난 이상의 욕구.현실적인 성공과 이상적인 평화. 인간의 욕구는 두 가지다. 현실에서 출세하고 사랑 받고 사랑하고 몸이 즐겁고 유명하게 되는 것과 현실을 떠나 조용히 사색하고 이상을 추구하는 것. 현실적이고 싶으면서 비현실적이고 싶은 인간의 모순된 욕망. 결국 파우스트는 우리 모두인 것이다. 나 또한 그 무수한 인간들 중 하나일수 밖에 없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어떤 인간이 현실에서의 부와 명예를 마다하겠는가... 또한 어떤 인간이 자신의 이상적인 삶을 마다하겠는가... 인간은 결국 이러한 존재인 것이다. 갈등 속에서 번민하고 고뇌하는... 그러다 결국은 해답을 찾지 못하고 사라져 버릴 세상의 티끌과도 같은 존재. 그 이름 인간이여...
나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 티끌 중의 하나이기에. 아무리 내가 세상의 덧없음을 한탄하고 내 이상을 추구하고자 발버둥친다 해도 내 몸에, 내 머리 속에 욕망이라는 감정이 존재한다면 내 자신은 결국 인간임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끝없이 고뇌하고 끝없이 방황하기에, 그 불완전함을 지니고 있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존재이지는 않을까?? 내 생각은 그렇다.
악마의 힘을 빌린 그는 결국엔 파멸에 이른다. 파멸의 끝에서 신의 구원을 받는다. 전설은 파우스트 박사가 지옥에 떨어져 벌을 받는다. 그러나, 괴테는 전설의 결말을 따르지 않고 파우스트 박사의 영혼이 신의 구원을 받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이 부분이 발로 괴테가 원했던 모든 인간들의 결말이었을까?? 파멸이 아닌 회생, 영혼의 구원, 그 속에서 다시 뉘우치게 되는 인간의 어리석음...
나에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 주는 작품이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단순히 권선징악(勸善懲惡)이 주제였던 전설을 신의 구원으로 승화시켜 탄생된 희곡 <파우스트>.
오랜 독서 끝에 얻는 느낌, 피곤함과 포만감, 그 둘의 감정이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 다시 한번 나를 찾게 해 줄 작품.<파우스트>...어느새 나는 잠이 든다. 꿈에서 나는 파우스트 박사가 된다. 과연 내가 그의 입장에 놓이게 된다면... 악마의 달콤한 제안을 받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유혹을 뿌리칠 만한 대담함이 나에게 있을까? 아마도 그 제안을 승낙하였으리라. 몇 번의 선택이 있을지라도 번번이 악마의 유혹에 넘어갈 것이다. 나는 결국 이런 인간일 수 밖에 없다.더욱 더 강해질 나의 모습.. 악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나의 모습... 그 때의 나를 위해 지금 나는 존재하고 숨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