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파이이야기

학생인지라 방학 때나 한번 겨우겨우 바다를 볼 수 있는 처지에서 바다를 향해 겁 없이 몸을 던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슴 속 깊은 곳을 자극한다. 더군다나 모험이 절대적으로 빈곤한 시대이기에 더욱 그렇다. 숨을 쉴 때마다 어마어마한 모험이 벌어질 것만 같은 바다로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는 것만으로도 짜릿하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로빈슨 크루소」나 「백경」을 보라. 또한 「노인과 바다」를 떠올려보자. 상상만 해도 그 짜릿함과 설렘이 상상하는 이의 몸을 전율케 한다. 그런데 한명의 소년이 또 한번 그 전율함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케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니, 이미 그 소년은 눈길을 끄는 정도가 아니라 바다를 그리워하고 모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신화가 되어가고 있다. 신화의 주인공은 바로 인도 소년 ??파이??다. 작은 동물원을 운영하는 집안의 작은 아들 파이는 괴짜 아닌 괴짜다. 착하고 …(생략)

이 있다. 그래서 파이는 살 수 있을 거라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갖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파이 이야기」가 태평양에 홀로 남겨진 파이의 이야기였다면 분명 작품의 매력은 지금과 같지 못했을 것이다. ??리처드 파커??가 있기에 가능했다. 리처드 파커라고 불리는 호랑이가 있기에 파이의 이야기는 최고의 모험담이 될 수 있었다. 바다에서 홀로 살아남는 것도 어려운 판에 호랑이가 자신을 덮치지 않도록 충분히 고기들을 잡아 상납해야 하고 그 와중에 호랑이를 교육시키기 위해 호루라기를 불어대는 파이의 모습은 장면 장면마다 극대의 짜릿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작품의 매력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유쾌한 길을 걸어가려는 파이의 신념 또한 한 몫 한다. 외롭고, 고단한 처지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 파이의 모습은 어떤 고난이라도 기어코 이겨낼 수 있다는 위대한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는데 충분하다. 상어든 호랑이든 태풍이든 거짓말쟁이든 간에 가슴 속에 의지를 갖고 있는 파이를 막지 못한다. 그렇기에 운명조차 바꾸어 놓을 것만 같았던 파이가 227일간 태평양에서 표류한 이야기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감동적??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다. 저자의 생생한 묘사력 덕분에 파이가 느끼는 긴장감이 고스란히 페이지에 녹아든 바다모험 소설 「파이 이야기」. 화룡점정이라는 ??사자성어??를 연상케 하는, 독자들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파이의 ??사실적인 이야기??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파이 이야기」는 사람들이 만나고 싶어 했던 바다와 모험의 세계뿐만 아니라 ??동물의 세계??까지 아우르는 수작이다. 「파이 이야기」가 바다를 그리워하고 모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신화가 되어간다는 건 이제 곧 거짓이 될 것이다. 조만간에 이 작품은 그 사람들에게 신화가 되어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