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당시 친구들은 국사시간을 대부분 고리타분하고 외울것만 가득한 과목으로 생각하고, 거기에 흥미를 갖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요즘 사회 또한 그런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다. 어떤 사람은 역사를 앞으로 역사를 공부하겠다는 나에게 ??그 밥빌어 먹기 딱 좋은걸 한다구???? 하고 말하기까지 했다.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저 상상 너머의 미래이다. 현대인들은 금속한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한 수많은 혜택을 누리면서도 끊임없는 진보를 원한다. 그리고 그 갈망의 끝에 얻어낸 혁신의 결과로 수많은 사람들은 즐거움과 흥분을 맛보는 것 같다. 미래의 삶이 중요한것도 인정하지만 나는 지나간 과거와 역사를 알아가면서 요즘 사람들이 느끼는 그 즐거움과 흥분을 느낀다. 그리고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를 접함으로서…(생략)

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 그 얼마나 멋지고 넓은 뜻을 지닌 말인가! 그 옛날 사람들은 그렇게 깊은 속을 지녔었다. 그 모습은 요즘의 우리들과는 너무도 상반되는 것이 많다. 요새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집단 이기주의 현상을 보면 사람들이 서로 공존을 모색하기 보다는 ??나부터?? 라는 못된 심보를 지닌 것 같아 안타깝다.
고대국가에서 삼국시대- 통일신라...-조선시대로 이어지는 우리 역사의 흐름속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것은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이 아닐까 싶었다. 저 드넓은 중국대륙의 압력을 받아오면서 조상들은 물러서지 않고 한반도를 지켜냈다. 원나라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에도 강인한 잡초처럼 끝낸? 다시 일어나고야 마는 것이 우리 민족이었다. 오히려 고구려는 만주벌판이 좁다며 힘차게 말달렸고, 백제와 신라는 미개했던 왜에 우리의 선진문물을 전파하기도 했다. 거센 비바람에도 우뚝 서있는 말없는 소나무처럼 꿋꿋하고 단호했던 우리 민족의 발자취에서 뜨거운 감동을 느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과거에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정복하기 위해 창과 칼을 사용했지만 오늘 날에는 같은 목적으로 갖가지 문물을 유입시킨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는 서구문명들은 잘 포장된 창과 화살에 비유할 수도 있으리라. 우리가 계속 이런식으로 다 받아들이다가는 어느 순간 대한민국은 없고 불타버린 식민지처럼 초췌해진 땅덩어리만이 남아버릴 것이라는 생각에 몸서리쳐졌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되 우리문화를 다른 문화가 점령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우리민족이 훌륭한 지혜와 슬기를 지닌 민족임이 드러난 대목들에서는 자긍심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적장을 멋지게 말로서 압도한 서희, 100만이 넘는 대군을 시 한편으로 물리친 을지문덕, 백성들의 따듯한 겨울을 위한 붓두껍의 사랑 문익점, 그리고 세종대왕의 한글과, 인쇄술, 해시계 등은 우리에게도 그러한 사명감을 심어주는 호쾌한 승리이다. 나는 종종 지식과 지혜를 저울질해보곤 한다. 그러면, ??지식은 빈 수레를 채우기 위한 잡동사니에 불과하지만 지혜는 수레에 솜을깔아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한 후 그 안에는 꼭 필요한것들만 가득 채우는 것이다?? 라는 결론을 내리곤 한다. 자신의 수레에 덕양을 쌓아 올려 지혜와 슬기를 터득했던 우리 민족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건물 기와의 수막새라든지 고려청자, 조선시대의 백자와 그림들을 보자면 우리민족은 풍류와 멋을 아는 민족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그 자연친화적인 내음이 물씬 풍기는 것들은 우리 역사의 백미이다.
그렇게 울고 웃고 우여곡절 많으며, 알면 알아갈수록 재미있는 역사이다. 일제 강점기를 맞고, 민주화를 억압하는 군사정부의 독재 아래, 우리는 큰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온 국민이 단합된 마음으로 자유를 외쳤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그렇게 1만년전의 선사시대인에서부터 우리들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숨결이 어려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갈고닦은 반석위에 서 있는 나라가 되었다.
잔잔한 잔물결같은 감동으로, 커다란 파도같은 교훈으로 역사는 바위같은 우리의 마음을 건드리며 다가온다. 미래는 예측을 뛰어넘는 수수께끼 같은 것이어서 그것을 푸는 재미가 고루한 역사보다 낫다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우리가 아는 역사 또한 발굴이나 이론을 통해 밝혀진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기에 미래와 같은 무한한 잠재성을 지닌다고 말해주고 싶다. 앞선 서구문물만 받아들이고 우리 고유의 문화를 경시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미래만을 중시하고 과거를 지나간 것으로 치부하여 관심밖의 일로 단정지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몇 해 전 외국에 나갔을 때 어린 마음에도 불구하고 불타는 민족적 사명감을 가진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우리를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생각하며, ??니 하오?? 라든지 ??곤니찌와?? 라는 인사를 건넸다. 나는 기분이 나빠서 한국말로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 라고 버럭 성질을 냈다. ??동양에서 오셨습니까??? 도 아니고 그렇게 우리를 일본인 아니면 중국인으로 생각해버리고 마는 그들의 태도에 안타까움과 억울함을 느꼈다. 우리는 이렇게 뿌리잃은 나무처럼 범람해서는 안될것이다. 자꾸 영어나 중국어로 된 간판을 거리에 내걸며 주체성을 잃어가는 짓을 할 게 아니라 이제는 우리것을 찾아내어 세계에 전파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