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이야기를 읽고 하치이야기

<독후감>
시부야 역에서 10년의 기다림
“하치는 기다리고 싶은 거예요. 헛일이라 하더라도 그러고 싶은 거라고요.”
「하치이야기」의 대사 중에서 하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겐지 씨의 부인은 이렇게 말한다. 하치의 기다림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던 나는 이 말에 동의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 기다림은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치가 매일 실행하고 싶은 기다림 이였다.
몇 개월 전 친구가 읽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강아지의 하루 일기를 장난 삼아 써놓은 책이라 생각하여 그 친구까지도 한심하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친구에게 미안함과 감탄사를 전하고 싶다. 정말 슬프지만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다.
흰눈이 소담스레 내리던 어느 겨울날에 하치는 검둥이와 누렁이 형제들과 함께 태어났지만, 눈을 뜨지도 못한 두달 무렵에 우에노 교수의 집으로 보내진다. 기차여행으로 하치…(생략)

그런 우정을 쌓고 싶은데,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것을 알기 전에는 개와 사람은 그럴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개를 좋아하지만 아직 키워 본 적도 없고 ‘개’하면은 무서운 불독 같은 개부터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가진 나부터 먼저 바꿔나가야 겠다. 그런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하치가 돌매질도 당한 것이다. 그러나 하치는 용감하고, 참을성이 있어서 오직 우에노 교수의 생각 뿐으로 사람들이 하는 위험한 짓을 당하지 않았다. 특히 우에노 교수를 매일매일 시부야 역으로 나가 기다린 10년의 세월! 하치는 동물이고 나는 인간인데, 오히려 내가 더 배워야겠다는 반성에 고개를 숙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에노 교수만을 기다리던 하치... 그런 하치를 버리고 떠나가는 사람들도 미워서 때려주고 싶었다. 하치는 이렇게 힘들어도 죽는 순간까지 시부야 역으로 나가서 우에노 교수의 환상을 보고 눈을 감았다. 한번 이어진 인연은 끊을 수 없다는 말이 바로 이 이야기인가 보다. 나 같으면 10년동안 그렇게 마중 나가고 다시 오고 우에노 교수의 옛집을 서성거리지 않았을 것이다. 무서워서, 또 참을성이 없는 나로서는 말이다. 하지만 하치는 그렇게 한결같이 주인을 기다리는 참을성 있는 영리한 충견 개였다. 하치는 시부야 역에서 심장이 멈춘 것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주인과의 추억이 담긴 곳에서 죽는 것이 하치에게는 더없는 행복 일 것이다. 마지막에 주인을 보고서도 달려가지 못한 그 안 쓰린 마음을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에노 교수와 하치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 하치는 무당처럼 안 좋은 예감을 가지고 우에노 교수가 가는 것을 싫어하였다. 하치가 동화 속 마법사처럼 말을 할 수 있었다면 하치와 교수가 마지막 순간까지 같이 있었을 텐데...... 그런 아쉬움도 남지만 하치와 우에노 교수는 하늘나라에서 만났고, 이렇게 행복하게 서로를 아껴주며 우리를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만약에 하치가 충심이 없고 게으르며 영리하지 않고 주인을 사랑하지 않는 개였다면 우에노 교수와의 얘기는 나에게도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에 훈훈한 감동을 남겨주는 실화 이야기 이었기 때문에 내 기억에 더 오래 남아 있는 것이다. 나에게 수많은 반성과 감동 그리고 가슴 뭉클한 슬픈 감정을 남겨준 우에노 교수와 하치의 우정과 사랑이야기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