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을 읽고 일반독후감 학을 읽고

학
황순원(1915 - 2000)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출생. 평양 숭실중학교를 거쳐 일본 와세다대학영문과를 졸업했다. 이무렵 도쿄에서 이해랑 김동원 등과 함께 연극 극예술연구단페인 ‘학생예술좌’를 창립하고 초기의 소박한 서정시들을 모아 첫 시집 ‘방가’를 출간했다. 첫 단편집 ‘숲’(1940)의 발간을 계기로 소설 창작에 열중하기 시작한다. 그 이후 ‘별’, ‘그늘’ 등의 환상적이고 심지적인 경향이 짙은 단편을 발표했다.
6.25전쟁 당시 마을에 국군이 들어온다. 성삼과 덕재는 어린 시절 삼팔선 부근의 한 마을에서 단짝 친구로 지냈다. 성삼은 치안대원으로 고향 마을에 돌아오게 된다. 임시 치안대사무소로 쓰고 있는 집 앞에 웬 청년 하나가 포승에 묶이어 있었다. 성삼은 “이 자신은 네가 데리고 가지요” 하고서는 덕재를 데리고 간다. 성삼은 덕재에게 몇 명이나 죽였냐고 물었다. 덕재는 오히려 “그래 너는 사람을 그…(생략)

를 풀어주었다.
성삼이는 덕재에게 학 사냥이나 한 번 하자며 포승줄을 풀어준다. 덕재는 성삼이가 자신을 쏘아 죽이려는 것으로 오해한다. “어이, 왜 맹추같이 게 서 있는 거야?” 성삼이의 재촉에 덕재도 무엇인가 깨달은 듯 잡풀 새를 기기 시작했다. 때마침 단정학 두세 마리가 유유히 날고 있었다.

학 사냥의 추억은 이 소설에서 어떤 기능을 하고 있었을까. 어떤 일로 인해 옅어진 순수한 우정을 회복시켜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 글에서 성삼이와 덕재의 갈등을 풀어주는 결정적 배경이 무엇이었을까. 고갯길을 오가며 갈등이 고조되다가 고갯길을 내려올 때 갈등이 해소되고 있다. 치안대원 성삼은 인민군 협력자 덕재를 호송해야 하는 임무와 옛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그 갈등은 고개를 넘으면서 해소되고 들판에 이르러서는 덕재의 포승줄을 풀어주게 된다.
각자의 사정으로 적으로 만나게 된 두 친구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좀 영화틱 하지만 그래도 사라져버린 우정을 되찾는 다는 접에서는 마음에 든다. 성삼이도 많이 놀랐을 것이다. 피난을 가지 않았던 친구가 인민군 협력자가 되어서 자신을 호송하게 되었으니.
그래도 그 둘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갈등을 푼다. 선삼이는 어릴 적 추억 때문에 갈등 하지만 친구를 생각하는 우정이 더 강했다. 그래서 성삼이는 줄을 풀고 같이 학을 잡자고 한 것이다. 그 둘의 우정은 유유히 날아가는 학처럼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