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의 선물

한나의 선물
“엄마, 아이들도 죽어?”
한나는 세 살짜리 어린 아이다. 그런 아이가 몹쓸 병에 걸렸다. 솔직히 나는 한나를 보면서 슬프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다. 부모나 주변 사람들은 거의 다가 슬픈 모습이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단 한번도 한나가 슬프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다만, 그저 남보다 더 짧게 살았을 뿐이다.
한나를 맨 처음 만난 곳은 신발 가게 였다. 한나는 빨간색 구두를 신고 춤을 추면서 흡족해 하는 표정으로 그 구두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 한나는 아주 신나 보였고, 밝아 보이는 여느 아이들 같았다. 엄마가 다시 한나의 동생을 유산하는 날, 엄마는 한나의 병이 꾀병이 아닌 심각한 병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때 한나의 엄마가 너무 안타깝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이를 유산했다는 그 사실도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고 슬픈 일인데 그 것도 몇 번씩이나 유산을 했으니 말…(생략)

는 네 번째 생일. 생일 파티를 준비하면서 엄마는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 얼마나 많이 슬펐을까? 그런데 전혀 의식하지 않고 그저 파티가 좋다는 한나가 안타까웠다. 한나는 이게 자신의 마지막 생일 파티라는 것을 알까?
"엄마, 아이들도 죽어?“ 라는 천진난만한 질문 때문에 나는 진짜 놀랬다. 한나가 자신이 곧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여태 그렇게 해맑게 웃고 떠들고 다른 아이들처럼 뛰어다니고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빨간구두를 좋아하고 아무렇지 않게 마지막 생일 파티를 좋아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자꾸 스쳤다. 만약 내가 한나였다면 앞으로 남을 삶을 슬픔으로만 보냈을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지금 한나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겨우 이제 네 번째 생일을 치뤘는데, 그 어린 아이가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알면서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그 남은 일년을 행복하게 살아갔다는 게 너무 기쁘다.
요즘에 이것저것 많은 일들로 자살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며칠 전에는 대학수능시험을 한 차례 보고 거기서 가까운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했다는 것도 들었다. 정말 그런 사람들이 한나 만큼이나 자신의 삶을 소중히 생각했던 걸까?
나도 아직 내 인생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한나를 보면서 살아 있는 게 이렇게 기쁜 거구나! 살아 있는 게 이렇게 감사한 거구나! 하고 많이 느꼈다. 짧은 일년동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행복하게 살았던 한나. 지금 하늘나라에 있다면, 거기서 많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