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의 중국견문록을 읽고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 한비야의 中國見聞錄을 읽고 -
한비야.. 언젠가 사람들의 성공신화를 다루는 TV 프로그램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다. 공식적인 전쟁은 끝났지만 아직 생명의 위험과 사회적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에서 열심히 구호활동을 하는 그녀의 모습.. 어려운 상황과 여건들을 극복하고 물이 부족한 난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었다. 그래서일까? 그런 그녀의 모습이 나에게 남아서 인지는 몰라도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던 중 한비야의 서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의 딸 한비야.. 세계 여러 나라와 구석구석의 오지를 다니며 쓴 그녀의 서적들. 그 중에서 중국견문록은 순전히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떠나 1년여 동안의 어학연수와 중국에서의 쌓은 많은 경험을 토대로 적은 책이다. 책 표지에서 활짝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평범한 중년의 어느 여자와 다를 바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녀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생략)

학에서 커피 자동판매기를 관리하고 있는 왕샹은 2년 전처럼 유학생활 동안 한비야의 가정교사이자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왕샹이 표준말을 쓰지 않아 중국어 교사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해 쌓은 그녀의 많은 경험은 오히려 살아있는 중국의 이야기가 되고 중국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교사가 되는 것이다.
중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한비야는 사랑에 빠져 버렸다. 아침에 눈 뜰 때부터 잠자리에서 들면서까지 온통 한비야의 머리 속엔 그의 생각뿐이다. 그가 누구냐 하면 바로 ‘중국어’이다. 국제 홍보학이 전공이여서일까 그녀는 외국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한 아주 열심이다. 원어민 발음으로 녹음된 카세트 테이프를 들으며 따라하면서, 짧고 좋은 기본 문장을 1000개 정도 외우는 것이 한비야가 말하는 외국어 습득의 비결이다. 그녀의 연예 상대와 정이 들고 친해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기는 어려워도 그 계단의 반대편은 바로 미끄럼틀이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조금씩 한 발을 내딛다 보면 언젠가는 그 계단을 지나서 미끄럼틀 끝까지 도달 할 수 있을 것이다.
계절의 여왕 5월 달엔 노동절이라는 중국의 국경일이 있다. 중국에선 5월 1일 노동절이 낀 그 주는 직장, 학교 등 중국의 모든 기관들이 쉬며 움직이지 않는다. 이 때가 되면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발붙일 데가 없다”는 말을 실감이라도 하듯이 어딜 가도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런 휴가기간을 맞아 한비야도 일주일 동안이나 되는 노동절 기간을 맞아 왕샹의 시골집으로 여행을 떠났다. 13시간을 걸려 도착한 왕샹 네 집은 중국의 전형적인 시골 농촌 지역이다. 왕샹 네 시골 지역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였지만 가난함 속에서도 많은 음식들과 함께 외부에서 온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하여 주었다. 한비야에겐 중국 곳곳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여행이었다.
5월달부터 30도가 훌쩍 넘는 날씨 때문에 베이징의 여름은 덥다 못해 뜨겁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하기에 베이징에선 윗도리를 벗고 다니는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남자들뿐만 아니라 아슬아슬한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자들도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중국인들은 8자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재물이 생긴다”라는 단어와 8자가 같은 발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 사람들은 의외로 돈과 부를 좋아한다. 화교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들의 영향이 별로 강하진 않지만 세계 곳곳에서 발을 내린 화교들의 힘은 세다. “떨어진 곳에 뿌리 내린다”라는 중국인 마음속에 새기고 있는 강인한 정신력처럼 화교들은 어디를 가도 거기에 이미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보다도 더 잘 적응하여 많은 부를 거느리고 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인들에게 국가에 대한 사랑과 강인한 정신력과 같은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는 법. 중국에선 열쇠까지 잘 채워 놓은 자전거도 도둑 맡기 일쑤다. 또한 “크윽” 하고 식당이나 버스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루 종일 가래를 뱉는 사람들도 흔히 본다. 매일 가는 가게여도 외국인들에게 바가지 씌우기가 일쑤고 관공서의 직원들조차도 불친절하기까지 하다. 물론 중국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중국이 21세기에 떠오르는 태양이기에 우리가 중국인들에게 본받을 점도 많겠지만 사소한 부분부터라도 앞으로 중국인들이 고쳐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한비야의 유학생활도 반 정도를 남겨 두었다. 그동안 중국어 실력도 많이 늘었으며 유명한 대학인 청화대의 00학번도 되었다. 중국에서도 7.7 사변이라 불릴 만큼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 전쟁이 한국 못지않게 치열하다. 워낙 인구가 많다보니 지원자가 대학신입생 정원보다 3배 정도 많아 입지 지옥이 따로 없다. 한비야가 다니는 청화대 학생들은 겉으로 보기엔 수수하지만 그들의 야망은 대단하다. 기업들은 이런 청화대 엘리트들을 모셔갈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만 이들은 정작 취직 보단 더욱 계속 공부하여 유학을 떠나길 원한다. 그리하여 더욱 많은 실력을 쌓아 세계의 어느 대학생들보다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이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이며 선진 기술을 많이 배어와 중국을 위해서 애국하며 일하는 것 또한 그들의 바램이다.
어느 나라건 빈부의 격차는 존재하고 공산주의 국가였던 중국이라도 예외는 아닐 수 없다. 어린 나이에 혹독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군고구마 장사를 하여 생계를 겨우 이어가는 소녀가 있는가 하면 롤러 블레이드가 필요할 만큼 넓고 큰 집에서 사는 부자들도 많이 있다. 특히 중국이 산업화와 개방화로 점점 더 발전되어 감에 따라 삶의 질도 같이 높아지면서 시골과 도시지역, 동부와 서부지역의 빈부 격차는 날로 더욱 심해진다. 중국이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산업화로 인한 환경문제와 빈부 격차 등과 같이 눈앞에 보이는 여러 가지 문제들도 함께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올 무렵 한비야는 1년여 간의 중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1년이라는 짧은 중국 유학 생활임에도 불구하고 한비야는 HSK시험 7급을 취득하였고 중국 신문의 뜻을 거의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어 실력이 향상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최종 목표는 중국어가 아니다. 중국어는 단순히 앞으로 그녀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작은 도구 일 뿐이다. 한비야는 긴급구호 활동가가 되어 오지나 세계 곳곳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그녀의 인생 설계도다. 그런 그녀의 바램대로 지금은 국제 비정부 기구의 코리아 월드비젼이라는 곳에서 긴급구호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한비야의 집안 곳곳엔 세계 지도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내 방 한 쪽에 걸려 있는 세계 지도에도 보이듯이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적지 않은 나이와 여자의 몸으로 꿈을 이루어 세계로 달려 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아낌없는 칭찬의 박수를 보내 주고 싶다. 또한 그런 그녀의 책을 통해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중국인들의 문화, 정신, 사상, 생활 등을 이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세계화 시대에 필수적인 외국어 공부의 필요성도 많이 느꼈다. 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혀준 이 책에 대해 감사하고 아직까지 이 책을 읽어보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한비야의 중국견문록」이라는 한 권의 책을 권유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