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단편선 톨스토이 단편선 3

톨스토이 단편선
톨스토이의 대작을 꼽으라면 당연히 전쟁과 평화와 부활을 들 것이다. 물론 너무 오래 전에 읽은 작품들이라 세밀한 것까지 기억할 수 없지만 주로는 인간관계에 관한 것,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에 대해 쓴 것들이 많았다. 그가 하는 단어, 문장 하나하나가 주옥같아 지는 것도 그의 능력임에 틀림이 없다. 글귀가 무척 아름다운 것이다. 러시아 작가들의 소설을 보면 그 소설 속에서 ‘밀려오는 진한 감동’은 느끼기 힘들지만 ‘은은히 퍼져 나오는 감동’을 느낄 수가 있었다. 톨스토이가 말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은 헌신적이고 사랑을 나눠주는 이상적 인간이었다. 그의 소설 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톨스토이의 작품을 처음 접한 때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을 것이다. 그 때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엮어 놓은 사람간의 관계는 그때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으…(생략)

했다.(부인이 반대했으나 세몬이 하느님에 대해 말하자 동정으로 그를 불쌍히 여기고 대접해 준다. 처음으로 무표정하던 그가 웃었다.) 그 때부터 미하일이라는 그 젊은이는 세몬의 구두 수선집에서 일하게 되는데 곧잘 배우고 신발도 잘 만들었기 때문에 세몬은 매우 만족해했다. 또한 수입도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어느날 돈 많아 보이는 사람이 찾아와 자신이 사냥에 쓸 튼튼한 장화를 만들어 달라고 거드름을 피우며 비싼 가죽을 맡겼다. 이 때, 다시 미하일은 그의 뒤쪽만을 응시하다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세몬에게서 가죽을 받아 든 미하일은 장화가 아닌 슬리퍼를 만들게 된다. 세몬이 화를 내도 묵묵하게 슬리퍼를 만들었다. 그 때, 그 부호의 하인이 다시 찾아왔다. 그가 마차를 타고 가던 도중에 죽었다고 장화는 필요없고 슬리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하일은 준비한 슬리퍼를 그에게 준다.
또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어떤 여인이 두 소녀를 데리고 구두를 맞추러 왔다. 한 소녀는 발을 절고 있었다. 그 사정을 이야기하다 보니 구석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미하일에게서 밝은 빛이 나옴을 느꼈다. 여인과 두 소녀가 돌아가고 나서 그들은 미하일을 보았다. 그는 다름아닌 천사였다. 미하일은 자신이 어떤 여인의 혼을 가져가지 못하고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여 두 날개가 부러지고 추락하여 인간의 몸으로 추위를 느끼고 고통을 느끼면서 교회에 있었던 것이었다. 하느님은 미하일에게 세가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인간에게 무엇이 허락되어 있지 않은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첫 번째 미소는 마트료나(세몬의 부인)가 그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바라보았을 때, 그녀의 얼굴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따뜻한 마음씨가 드러난 것을 보고 인간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돈 많은 이가 장화를 맡기러 왔을 때 두 번째로 웃은 것은 미하일이 그의 뒤에 붙은 죽음의 천사를 보고 저 사람은 곧 죽을 운명인데 장화를 맡기러 왔다는 것은, 사람은 죽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는 두 소녀의 신발을 맞추러 온 여인이 자신의 자식이 아닌 타인의 자식을 키우고 소중히 여기며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을 보고 그는 사람이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 아니라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천사가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
소설 속 세월은 길지만 분량은 매우 짧은 이 단편 소설 속에 그는 너무나 큰 것을 쑤셔 담아 넣어 놓았다. 사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돈일 수도, 명예일 수도, 권력일 수도 있다. 일종의 자기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인간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행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가장 클 것이다. 그러나 이 뿐만 아니라 사람은 타인을 불행에 마음이 우울하여 동정하고 도와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분명 사람 속에 반드시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에 천사로 변한 미하일이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자신을 걱정함으로써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만 인간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 사실은 사랑에 의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랑 속에 사는 자는 하느님 안에 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므로.”
기독교 적인 말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톨스토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그 속에 지금 그들이 또는 우리가 자신들, 자신이 속한 단체를 위해서만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얻는 이익(금전적, 물질적)으로만 살아갈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당시 기독교인이 많았기에 계몽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역시 신인 듯싶다. 그는 아마 너무 이기적인 생각은 버리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 밖에 톨스토이 단편선에는 이와 같이 소박하면서도 크고 철학적인 소재를 다룬 것이 많이 있다. 책에 예문으로 나올 정도로 유명한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하는 이야기가 있다. 세상 사람들의 욕심을 비판하고 조롱한 소설이다. 이와 같은 것으로 ‘달걀만한 씨앗’이라는 소설은 이 책에서는 4장 밖에 되지 않는다. 어린아이들이 달걀만한 씨앗을 발견하게 된다. 왕의 신하가 그 신기한 것을 사들고 왕에게 바쳤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많은 현인들에게 물어 보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한 현인이 이것이 씨앗이므로 늙은 농부에게 물어 보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농부가 불려왔다. 그 농부는 나이가 많아 눈을 반밖에 뜨지 못하고 지팡이 두개를 짚고 겨우 서있을 정도로 몸이 약했다. “소신은 알지 못합니다. 저희 아버지가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불려왔다. 그 농부는 지팡이 하나를 짚고 있었고 아들보다 건강해 보였으나 마찬가지였다. “소신은 알지 못합니다. 저희 아버지가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그의 아버지가 원래 늙은 농부의 할아버지가 불려왔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것을 심어 보았으며 그 당시에는 흔하고 많이 길러지던 식물이라고 말했다. 씨앗은 산 것이 아니며 누구나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땅은 신의 땅이었으며, 오직 그의 것이라고 불리던 것은 노동력뿐이었다고 말했다. 왕은 또 궁금했다. 왜 그의 아들들은 그렇게 병약하고 노쇠하면서 왜 당신은 그렇게 눈도 밝고 건강한 것인지. 노인은 말했다.
“하문하오신 두 가지 까닭이란, 다름이 아니오라 세상 사람들이 제 품으로 살아가기를 그치고 남의 것을 넘보게 되었기 때문이옵니다. 예날 사람들은 신의 뜻을 좇아 살았사옵니다. 제 것을 가질 뿐, 남의 것을 탐내지 않았던 것이옵니다.”
사람들은 욕심에 살아가기도 한다. 그게 그릇된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 져 있다. 습관적이면서 결국 본능적으로 그 그릇됨을 내 안에 박아 넣고 있었다. 내가 톨스토이의 단편선을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은, 그는 이 소설에서 삶의 교훈들을 쉽고 아름답게 종교적으로 승화시켜 이야기하고 있었다. 삶은 척박할 지도 모르겠다. 삶이 척박해야 거기에서 얻는 교훈도 많은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언젠가 내가 주변사람들의 사랑으로 이렇게 자라왔다는 것을 잊고 살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이 책을 다시 떠올려 보아야겠다. 다시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부린 욕심은 고뇌를 만드는 구름이다. 욕심에 이끌려 그를 행한 자는 고뇌라는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린다. 그 바다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끝끝내 손에 쥐고 있는 금덩어리는 놓지 않으려고 한다. 부질없는 사람. 그 금덩어리는 버리고 행복한 하늘에 날아가 안겨 보는 게 낫지 않을까. 감시하는 그 부은 눈으로 불안에 떨고 있던 두 노인이 모든 것을 도둑맞고 목숨만 남은 상황에서 하인, 하녀로써 여유 있는 삶을 살면서 행복해 한 것처럼. 나도 그런 삶을 원한다. 비록 내 속에 삶아 숨쉬는 인간으로서 나아가고 싶은 욕심이 늘 나를 괴롭히는 게 고통스럽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랑으로 자라 현재에 존재하고 있음을, 우리는 자연스럽게도, 당연한 것처럼 잊고 사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사람이라는 존재가 사랑을 잊지 못하고 늘 그리워하고 행복함을 느끼는 매체로 생각한다는 것을 보면 정말로 인간이라는 동물에게 신이 축복을 내리신 것이 아닐까 하고 느끼기도 한다. 나는 차라리 모든 이가 행복한 착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를 원한다. 모든 이가 자신을 따돌리고 있다는 소외감에서 벗어나서, 자신만을 걱정하고 내가 다른 이를 짓밟고 일어서야 내가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삭막한 세상 속에서 소외된 인간을 구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