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독서감상문>
파리대왕
월리엄 골딩 / 민음사
이 책은 꽤 유명한 책인데도 나는 웬지 지겨울 거라는 편견에 꽤 늦게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 방학에는 제목은 많이 들어봤고 유명한 책이지만 내가 읽어보지 않은 책들을 읽어보자 해서 책을 몇 권 골랐는데 그 중에 첫 번째로 읽은 책이 바로 이 파리대왕이었다. 다른 책들도 많았지만 우선 데미안이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아무래도 쉽게 손이 가지 않았고 그나마 주위에서 친구들이 많이 읽던 파리대왕을 골랐다.
파리대왕은 내용은 보물섬같은 내용이다. 몇몇 소년들이 비행이 추락사고로 한 무인도에 떨어진다. 처음에는 그들만의 규칙에 맞춰 행동을 해 나가지만 시간이 갈수록 두 패로 갈라지고 그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는 그들이 구조되기 전까지의 무인도 생활을 그리고 있다. 나는 내용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읽기 전에 어려운…(생략)

만 파이의 경우는 바다 위 구명보트에 호랑이와 단 둘의 생활이었고 파리 대왕의 경우에는 비슷한 또래끼리의 생활이어서 좀 다르고 더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외의 문제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사실 초반에 펼쳐지는 소년들의 생활은 사실 어떻게보면 부럽기도 했다. 놀랄만큼 질서정연하기도 했고 소라를 통해 아이들을 모으고 대장을 뽑고 규칙을 정하고 가장 나이 많은 소년이 12살 정도,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중학교 1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과연 어른들없는 상황에서 그들끼리 규칙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신기했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이 든 내가 갔었더라도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 물론 여자와 남자는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고 여자들의 정신연령이 더 높다고 하니까 어쩌면 다 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지금 편히 집에서 컴퓨터를 하고 책을 읽는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처음에 보여진 그들의 모습도 상상하기 힘들었는데 점차 그들이 변화하는 모습들은 더 상상하기 힘들었다. 물론 단체생활을 하다보면 꼭 무리가 갈라지기 마련이고 그에 따른 싸움과 희생이 있을 때가 많지만 겨우 12살짜리 소년들 사이에서 살인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멧돼지 사냥은 생존을 위해서 고기를 먹기 위해서 라고 생각할 수있지만 그렇게 끓어오른 혈기가 같이 살던 친구를 죽이는 모습에서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다. 사이먼의 경우에는 어둠을 틈타서 실수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돼지의 죽음은 너무나도 끔찍했다. 이것은 명백히 정말 살인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랠프를 뒤쫓던 모습을 보면서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람이 변할 수있을까 하면서 소름이 끼쳤다. 그것은 추리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감정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추리소설에서는 내가 같이 추리를 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지만 파리대왕을 읽으면서는 웬지 배신감마저 느껴졌다. 왜 그들이 그렇게 변해야만 했는지 물론 사람이야 상황에 따라 각자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까 그 환경에 맞게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변화할수 있다고야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같이 지내던 친구의 목숨을 하찮게 볼 만큼의 것으로 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후반에 가면 랠프가 쫓기던 중에 바닷가에 이르게 되고 해군 장교를 만나서 구조를 받게 되는데 그 때 랠프가 터뜨린 울음과 함께 오랑캐 패였던 잭의 울음을 읽으면서 특히 잭의 울음을 읽으면서는 묘한 배신감마저 느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친구를 죽음으로 몰았으면서도 그 순간에 울다니.. 물론 구조받는 그 순간 지금까지의 행동이 후회가 되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그 눈물이 가짜처럼 느껴졌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소년들의 모험담으로 보기에는 이 책이 담고 있는 뜻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재밌게 읽었는데 나중에는 왜 이 책이 그렇게 많이 읽혀지고 스테디 셀러에 오르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린 소년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모습, 인간의 모습을 하나하나씩 발견하는 것이다. 무책임하게 꼬마들을 내버려두고 그 중 한 명이 사라져 어떻게 되었을지 알면서도 다들 침묵을 지키고 있는 모습,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고 한 명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을 즐기는 모습, 힘없는 사람은 힘있는 자를 따르는 모습, 같은 무리 안에서도 갈라지고 그에 반목하고 점점 야비해지는 사람들의 모습. 그 하나하나 모두가 뉴스를 통해 들었거나 봐왔던 모습들과 너무나도 겹쳐서 내가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까지 할 수 있구나 하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나 스스로에게 놀라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든 작가가 대단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에 좀처럼 손을 놓을 수 없는 책이었다. 오랫동안 한 책이 꾸준히 사랑받는 것은 역시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명작이라고 불리는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 역시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