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 이야기

하치 이야기
우연히 생긴 도서상품권을 쓰기로 하고 무작정 서점으로 친구들과 달려가 책을 함께 골랐다. 계획 없이 왔기 때문에 30분을 훌쩍 넘겨 책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한참 여성잡지 코너를 둘러보다가 아무래도 비싼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워서 소설코너에서 책을 골라주고 있었던 친구들 옆에 갔다. 그 옆에서 나도 책을 고르다가 두꺼운 책표지에 노란색, 책 띠에는 귀여운 강아지가 상자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책이 눈에 띄었다. 책 제목은 ??하치 이야기?? 맛보기로 훑어보니 우리나라의 모 TV프로그램에도 나왔다는 이야기 인거 같았다. 나는 듣기만 했지 그 프로그램도 보지 못했는데 친구가 정말 감동적이라며 사보라고 권해주었다. 떨떠름하게 책을 사긴 했지만 왠지 후회는 되지 않았고, 집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 책을 펼치고 읽었다. 그 사이에 나는 책에 빠져들었다. 달리는 버스 안이라 책 읽느라 눈이 아프기도 했지만, 이야기…(생략)

그와 비례해서 교수와 부인은 늙어갔다.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하치는 먼 곳으로 강의를 하러 떠나는 교수를 여느 때와 같이 배웅해주지 않고 물고 늘어지며 보내지 않으려고 했다. 교수는 별다르게 생각지 않고 ??돌아와서 놀아주마.??하고 떠나 강의를 하던 도중 쓰러져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가버렸다. 하치는 돌아오지 않는 교수를 영문도 모른 채 기다린다. 이 장면을 보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하치는 장례를 치르던 날까지 기다렸고, 장례를 치르던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 사람들의 앞에서 하치는 구슬프게 울어댄다. 어쩌면 하치는 교수의 죽음을 알고도 기다린 것은 아닐까? 나는 눈물을 쏟다가 기어이 흐느낌이 나오도록 울고 말았다. 내 울음은 차츰 그쳐갔고, 그 사이에 하치는 돌아오지 못하는 교수를 자꾸만 역에서 기다린다. 하치의 기다림에도 교수는 오지 않았고, 부인은 평생의 배우자를 잃어버린 슬픔에 먼 곳으로 이사를 갔다. 새로 이사 온 집주인은 개를 너무나도 싫어해 하치가 마당에 들어오는 것도 막고, 거기다가 하치의 집마저 부숴버리고 만다. 10년 동안이나 계속되는 기다림에 추위, 그리고 거리의 떠돌이개로 전락해버린 하치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없었고 아이들의 돌팔매질에 하치는 온 몸에 상처만이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나마 교수와 하치를 알던 포장마차아저씨가 장사하다 남은 것을 하치에게 주며, 조금이나마 돌봐준다. 그러나 하치는 점점 늙어갔고, 거리에서 죽고 만다. 사람들의 무관심과 교수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던 하치를 사람들은 충견이라고 말들 하지만 분명 하치는 사람보다 더 나은 개였다. 나는 하치를 잊지 못할 것이다. 평생을 기다리며 살아온 하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