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를 읽고 허삼관 매혈기

허삼관 매혈기
`허삼관`이라는 사람이 피를 파는 이야기다.
허삼관의 삶의 이야기에 동반하면서, 중국인의 민족적 특성인가 싶은 재미있는 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들 이름을 일락, 이락, 삼락이라고 지은것도 해학적이고 (아내는 이름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한다. `내가 분만실에서 고통을 한 번, 두 번, 세 번 당할 때 당신은 밖에서 한 번, 두 번, 세 번 즐거웠다 이거 아냐?`) 무슨 일만 생기면 이웃들이 다 듣도록 길거리에서 고래고래 외치는 특이한 행동은 창피한 건 꼭꼭 숨기고 점잖은 척 하기 좋아하는 한국적 정서와 달라 흥미롭게 느껴졌다.
가뭄 때 배고파하는 식구들에게 감칠맛 나는 말솜씨로 원하는 요리를 뚝딱 만들어 기분 좋게 만드는 허삼관의 재치있는 행동은 어리숙하고 단순하게만 보였던 그를 다르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라적 특징인지 시대적인 특징인진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헌혈하면 과자나 문화상품권 …(생략)

그런 남편에게 이제 피를 뽑을 필요가 없다는 걸 상기시킨다.
자식과 아내를 향해 일관되지 못한 애정표현을 보였지만 땅에 뿌리를 둔 나무가 그렇듯 그의 밑바닥엔 생명과 바꿔도 아깝지 않은 것이 가족이었던 게 아닐까? 일락의 생부인 하소용이 다 죽게 되었을 때, 그를 살릴 방법은 일락이가 하소용 집 지붕에 올라 앉아서 하소용의 혼을 불러야 한다고 했을 때, 일락이 하소용을 위해 곡을 하려고 하지 않자 허삼관은 인간으로서 양심 운운하며 일락, 자식에게 이렇게 말한다. "일락아, 오늘 내가 한 말을 꼭 기억해 두거라,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 난 나중에 네가 나에게 뭘 해 줄 거란 기대 안한다. 다만 나중에 나에게, 내가 내 넷째 삼촌에게 느꼈던 감정만큼만 가져줬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내가 늙어서 죽을 때, 그저 내가 널 키운 걸 생각해서 가슴 이 좀 북받치고, 눈물 몇 방울 흘려 주면 난 그걸로 만족한다....??
씁쓸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이것이 자식 키우는 부모의 마음 아닐까 싶다. 내가 부모의 낳고 기른 노고를 속속드리 모르듯이, 아니 알려고도 별로 노력하지 않듯이 자식은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부모는 자신의 부모가 그랬듯 나무처럼 묵묵히 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비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듯 때론 가족의 마음을 어쩔 수 없이 아프게도 하지만 그래도 지켜내고 지켜주어야하는 자식들. 허삼관은 자신의 생명(피)를 팔아 가족을 만들고 그 가족을 지키려고 생명을 팔아 나갔다.
허삼관에게 `피`는 자신의 능력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물이 아니었을까.. 그걸 잃었을 때 허무함은 말도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가치 있어도 한 가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