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생전을 읽고나서

허생전을 읽고 (실학 정신의 선구자 허생)
양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 호질, 양반전 등 사회의 풍자적인 작품을 쓸 수 있는 감각을 지닌 연암 박지원이 1780년 중국의 연경을 돌아보고 쓴 기행문인 열하일기에 실린 한문 단편소설로, 조선 후기 사회의 모습과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현실적 조건이 변화하면 삶의 방식은 물론이고 가치관도 변하게 마련이다.
조선 전기에 보였던 사대부들의 사회에 대한 인식과 역할이 조선 후기에 와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데, 이 소설은 이러한 모습을 살펴보기에 적절한 작품이다. 즉, 18세기 후반의 급변하는 현실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관을 모색하려 할 박지원은, 이 작품에서 `허생`을 내세워 선비계급의 현실 인식과 그에 따른 행동의 실제를 제시하고 있다.
사상적으로 일부 선구적 지식인들에 의해, 조선사회를 지배해 온 성리학의 …(생략)

위는 조선 후기 물산의 흐름에 민감하게 대응하며 충분히 현실의 문맥에서 치부를 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러한 행위를 통해 국가 경제의 패쇄성을 실학자의 안목으로 비판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허생전은 5년에 걸친 점진적이고 현실적인 차원의 치부 방법이 현실적으로는 충분하다고 보여 준 것이다.
그리고 허생과 이들의 관계가 조선 후기 민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진인 출연설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농민층 분해로 유리되고, 도망친 자는 당시로서는 범법자였으므로 이들은 쉽게 적도로 간주되어 유민의 도적화가 가속화된 결과였다. 게다가 이들 중에는 지략을 담당할 인물이 있어서, 허생전에서 허생이 섬의 화근을 없애겠다고 육지로 데려온 `글을 아는 자`란 존재였을 것이다.
이들 변산의 궁도는 허생의 인도로 계집 한 사람과 소 한 필씩 데리고 무인도로 간다. 그 곳에서 농사를 지어 그 소출로 외국과 무역까지 한다. 이러한 것에 농민군의 근본 요구를 대변하지 못하고 그들을 현실로부터 떼어 냈다는 비판도 가능할 것이다. 허생은 실학자적인 면모도 보여주지만, 오히려 조선 후기 기층민들의 운동에 큰 힘을 발휘하였던 `진인`과 유사한 면모를 보여준다. 즉, 허생은 새로운 사회경제 관계에 기초를 둔 더욱 발전된 현실 사회가 아니라, 다분히 도피적이고 폐쇄적으로 이끄는 것이다. 이는 연암의 한계라기 보다는 이러한 이인·진인에 의해서만 설정될 수밖에 없었던 당대의 정신사적 문맥의 한계인 것이다.
허생, 그는 혼란스럽고 모순 투성이인 사회에 짧게나마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박지원의 의중의 인물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당시 사회에서는 대작으로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현대인은 그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요컨대, 우리는 그의 비범함은 본받지 못하더라도 어떤 상황 속에서 헤쳐 나갈수 있는 그런 자세들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우리나라가 IMF를 겪으면서 많은 고통을 당했지만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외쳤던 허생의 도전정신이 어려운 이 시대를 많은 도움으로 헤쳐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조선 시대 허생의 삶의 정신을 본받아 에너지위기를 겪고 있는 오늘의 삶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을 하지 않고 밥만 축내야만 했던 그 당시의 사회상에 대한 것들을 박지원은 허생의 입을 통해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