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의 고향을 읽고나서 고향

<고향>은 불과 4장도 안돼는 짧은 소설이다. 직접적인 사건이라고는 기차 안에서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소설의 주된 줄거리다.
한국, 중국, 일본식의 옷을 여기저기 갖추고 앉은 앞사람을 나는 경멸한다. 그 사람은 자기의 말이 무시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주위에 앉은 일본인, 중국인, 나에게 계속해서 말을 건다. 하지만 나는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모든 것을 잃은 사내이다. 일제시대에 그는 부모님이 소작하던 땅을 잃어 살만하던 생활을 잃어버리고, 간도로 이주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고향을 잃고 사랑도 잃어버린 불쌍한 사나이인 것이다. 모든 것을 잃는 동안 그는 중국에도 가고 일본에도 가보았다. 그의 우스꽝스러운 옷차림은 그가 지금껏 살아온 삶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옷차림이 그의 일생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의 일생은 일제시대에 우리 나라 사람들이 겪…(생략)

떻게 되었는지... 소설에서 나온 부모님과 마찬가지고 고생만 하다가 타국에서 죽었을 수많은 사람들이 불쌍하다. 이런 사람들이 많기에 나중에는 백여호 살던 마을이 없어진 것이다.
일제 시대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황폐해졌을 것이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야만 굶지는 않고 살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 신경 써 주고 자기를 희생하는 것은 당장 밥그릇이 적어지는 일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중간 소작인이 생기고 서로 못 살겠다고 아우성 치는 일이 생긴다. 넓게 생각해보면 이런 배경에서 사회주의 이론이 생기고 우리 나라가 갈라져 버린 것이다.
처녀가 팔려가는 것은 하나의 줄거리를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땅을 잃은 아버지가 매일 술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술값도 떨어지고 자식을 시집보내려니 돈도 없고 술김에 딸을 팔아치웠다는 일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진짜 딸을 팔아버릴 정도로 나쁜 사람도 그 시대에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줄거리는 생각해 보면서 소설을 읽는 것도 착잡한 기분을 잠시나마 전환시켰다. 그렇지만 이 줄거리를 짜다보면 처녀가 팔려 가게된 근본원인은 또다시 일본에 의한 것이기에 내 스스로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높여버린 결과가 되어버렸다.
이런 책 읽어 보았자 화만 나는 것, 비참했을 법한 과거만 떠오르는 것, 분발해서 일본을 이겨보자라는 생각만 드는 것이라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우리의 과거를 다시금 새겨 보게 만드는 것, 그 때 우리 할아버지들이 가지셨을 느낌을 우리도 한번 느껴볼 수 있는 것, 이제 직접적인 식민지니 뭐니 하는 일은 없겠지만 더 잘살게 노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란 좋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