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파수꾼을 읽고 호밀밭의 파수꾼 을 읽고

<이 시대가 원하는 사람 - Holden Caulfield>
Holden Caulfield는 자신이 속한 세상에 대해 불만이 많은 소년이며 그의 이야기 속에서 그는 이 세상을 가차없이 비판하고 있다. 누군가는 Holden은 17살밖에 되지 않은 고등학생 이어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 우리는 Holden이 하는 말 전부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가 17살이기 때문에, 어리고 순수하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를 의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Holden은 학교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여 몇 번의 전학을 했고, 이번에 다니던 Pencey 고등학교에서 조차도 퇴학당하고 만 아이이다. 이후 며칠 간 그는 방황을 하게 되고, 그간에 일어나는 일들이 이 이야기의 주된 소재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그는 많은 일들을 겪게 되고, 그러는 동안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나 그가 떠올리게 되는 사람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phone…(생략)

. 한 때는 그저 소설을 쓰는 작가였으나 대중의 기호에 맞추어 저속하고 통속적인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고 Hollywood에서 돈을 많이 벌게 된 D.B.. 그런 형을 두고 Holden은 단지 돈을 위해 글을 쓰는 prostitute 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또한 Holden은 영화라는 것 자체도 상당히 싫어한다. 이것은 여러 군데에서 언급되어지고 있는데, “Don`t even mention them(movies) to me", "The goddamn movies. They can ruin you. I `m not kidding." 등의 말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부분에서는 동생과 함께 본 프랑스 영화가 상당히 훌륭했다는 말도 나오는 것으로 봐서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것은 Hollywood식의 영화들이라고 생각된다. 돈을 벌어 줄 시나리오를 가지고 눈요깃거리를 첨가하여 만든, 예술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고 상업성이 짙은 영화들, 사람들에게 허황된 것을 보여주고 그것을 쫓게 만드는 현실성 없는 영화들, 이것 역시 Holden은 phoney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Holden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Holden은 죽은 동생 Allie, 막내 여동생 Phoebe,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 수녀들을 좋아한다. 수녀들은 그들 자신의 이익을 바라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며, 또한 편견 없이 모두를 같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Holden에게 가톨릭 신자인지를 묻지 않았다.)이었다. 그들은 가식적으로 선을 베풀지는 않으며 마음에서 우러나는, 행동으로서 옮겨지는 선을 행하고 있기 때문에 Holden은 그녀들에게서 진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Phoebe는 10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동생이다.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아직은 더러운 세상에 물들지 않았고, 순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상태이다. 또한 Allie 는 어린 나이에 죽었으므로 Holden에게는 어리고 순수한 모습으로 기억되어 있는 존재이다. 죽음으로서 성장을 멈추었기 때문에 영원히 순수의 모습으로 정지되어 있는 것이다. Holden은 이렇게 가식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순수를 지향한다. 그리하여 그는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시골에서의 삶을 꿈꾸게 된다. 그가 꿈꾸는 삶은 자연과 조화된 삶이며, 또한 phoney 투성이인 이 세상 사람들과의 교류가 단절된 삶이다. “...I`d be somewhere out west where it was very pretty and sunny and where nobody`d know me and I`d get a job. .... I thought what I `d do was, I `d pretend I was one of those deaf mutes." 이와 같이 Holden은 귀머거리에 벙어리인 척을 해서라도 부패된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사느니 차라리 귀머거리에 벙어리 행세를 하면서 자연 속에 사는 것이 낫다고 말하여 세상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Holden의 순수에의 지향은 ‘the catcher in the rye`가 되고싶어 하는 Holden의 모습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호밀 밭에서 뛰노는 어린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절벽으로 떨어질 듯이 달려가는 아이를 보면,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Holden이 박물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장면을 보면, ”...The best thing, though, in that museum, was everything always stayed right where it was........The only thing that would be different would be you. You`d just be different, that`s all." 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서 그는 박물관에서 정지되어 있어 변함이 없는 문명 이전의 indian들의 자연적이며 원시적인, 그러므로 순수한 모습과 점점 변화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교하고 있다. Holden은 순수한 사람들도 점점 나이가 들고 세상을 겪음으로서 순수를 잃어 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Holden은 아직까지는 순수를 간직하고 있는 어린 아이들이 타락하게 될 것을 막아 세상을 순수하게 유지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Holden이 겪고 있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을 들으면서 많은 부분에 공감을 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부패함, 그리고 phoney에 Holden의 이야기가 상당 부분 부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생각하게 된다. 세상이 부패하고 타락한 것을 모르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비판하는 사람 또한 거의 없다. 대부분 세상에 익숙해 진 채로 부패한 모습을 봐도 ‘원래 다들 그렇지 뭐.’,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나. 다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라는 식의 말들만 툭 던질 뿐 더 이상 순수를 되찾고 부패를 비난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Holden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인기 있는 작품이 되었다. Holden의 거침없는 비판과 풍자는 사람들에게 순수를 일깨우는 것이다. 물론 Holden에게도 오류가 있고, 아직 어린 소년이라는 점에서 미성숙한 면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러나 요즘 TV에서 김두한의 이야기가 인기 절정을 달리며 방송되고 있는 것을 생각 해 보자. 그렇게 인기가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부패와 비리에 질려버린 국민들이 옛 영웅의 조국을 위한 활약상에 감흥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두한은 영웅이라지만, 그러나 그는 결국 정당한 노동 없이 싸움질로 먹고 산 한 사람의 깡패 일 뿐일지 모른다. 이처럼 Holden도 간간이 보이는 오류 속에서도 이 시대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실생활에서 영웅이 부재한 이 시대에 김두한이 영웅으로서 자리 잡았듯이, Holden Caulfield는 비록 작은 소년이지만 한 사람의 `영웅`으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잊지 말아야 할 순수를 일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