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질 호질을읽고

◎호질-박지원◎
산중에 밤이 되자 범이 부하인 여러 창귀들을 모아 놓고 저녁거리에 대하여 의논한다. 창귀들은 의사, 무당, 선비를 먹이로 추천했지만, 거짓된 자들이므로 맛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지읍에 벼슬을 좋아하지 않는 선비가 하나 있었는데 그의 이름을 ‘북곽선생’이라 하였다. 그는 나이 마흔에 손수 교정을 본책이 일만 권이고 아홉 경서의 뜻을 밝혀 책으로 엮은 것이 일만 오천 권이나 되었다. 그래서 천자가 그의 바른 뜻을 아름답게 여겼고 제후들도 그의 이름을 사모하였다. 그 고을 동쪽엔 얼굴이 예쁜 과부 ‘동리자’가 살고 있었다. 고운 마음씨와 곧을 행실의 과부로 이름이 높았다. 그녀에게는 성이 다른 아들이 다섯 있었는데 어느 날 밤 북곽 선생이 동리자와 밤에 사랑을 나누다가 그 아들들에게 들켰다. 이 광경을 본 다섯 아들은 인격 높은 북곽 선생이 그럴리 없다하고 여우가 천년을 묵으면 사람 시늉을 낼 …(생략)

범은 무섭고, 의인화 되어서 선비들과 북곽선생의 위선저인 생활을 꾸짖는다. 북곽 선생은 인격이 높고 천자가 칭찬할 만큼 뛰어났지만 범 앞에서는 한없이 작고, 과부의 문엔 함부로 들지 않는다 하였는데 동리자와의 밀회에 어질지 못한 선비로 비춰지고 있다. 또 범 앞에서 자신을 낮고 미천한 선비로 보이고 농부 앞에선 다시 근엄한 모습을 보이는 이중적인 모습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