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질을 읽고 호질독후감

‘호질’은 호랑이의 꾸짖음이란 뜻으로 조선 후기 실학자이며 문학자인 연암 박지원 선생의 열하일기에 실려 있는 유명한 한문 단편 소설이다. 당대에는 비난을 받았지만 후세에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이 소설에는 양반들의 그릇됨을 풍자한 내용이 들어있다.
보통 호랑이라고 하면, 강하고 힘도 세며, 감히 대적할 자가 없는 걸로 인식이 되지만, 여기 ‘호질’이라는 소설에는 호랑이를 먹고사는 상상의 동물인 비위, 죽우, 박, 오색사자, 자백, 표견, 황요, 추이, 활, 맹용 등이 나온다. 여기에서 황요는 주로 범의 심장을 빼먹고, 추이라는 것은 범을 만나면 찢어서 씹어 먹는 다고 한다. 그리고 활이라는 것은 범의 뱃속에 들어가서 간을 먹는 간디스토마 같은 것이다.
여기서 주인공인 호랑이가 호랑이를 먹고사는 상상의 동물들을 만나고, 겁에 질려 있을 때 인간과 개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 인간은 호랑이가 무서워하는 용꿈을 꿨…(생략)

이 밥을 하러 부엌으로 왔는데, 호랑이가 그 여자를 잡아먹는다. 이 때, 호랑이가 두 번째로 잡아먹은 사람도 귀신이 되는데, 바로 그것이 ‘이올’이다. ‘이올’은 호랑이의 볼에 붙어서 산다.
호랑이가 사람을 두 명이나 잡아먹었으니, 동네에선 난리가 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호랑이를 잡으려고 사냥꾼을 동원하고, 함정이나 덫을 설치한다. 이렇게 호랑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이올’이 미리 앞서 나가면서 호랑이의 안전을 지켜준다. 그러던 중, 사냥꾼이 나타나서 호랑이를 해치려 하자, 호랑이는 그 사냥꾼도 잡아먹는데, 호랑이가 세 번째로 잡아먹은 사람은 ‘육훈’이라는 귀신이 돼서, 호랑이의 턱에 붙어서 산다. 그런데 이 ‘육훈’이라는 귀신은 호랑이의 턱에 붙어서 자신의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는데, 그 친구들은 영문도 모르고 그 소리를 듣고 다가왔다가 호랑이의 밥이 되고 만다.
‘육훈’과 ‘굴각’이 ‘이올’을 두고 서로 싸우자, 호랑이는 더 이상 인간이었을 때나 귀신이 되었을 때나 간사하고 비겁하고 질투심 많으며, 위선적인 이들과는 같이 있고 싶지 않다고 하자, 이들은 호랑이 몸에서 떨어질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 방법은 바로 깨끗하고 고결하고 참된 인간을 잡아먹는 것이다. 호랑이가 그런 인간을 잡아먹는다면, 그의 기운이 호랑이의 몸 안에 쌓인 잡스런 기운을 씻어 줄 것이고, 또한 그의 영혼이 ‘굴각’, ‘이올’, ‘육훈’을 저승으로 인도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깨끗하고 고결하고 참된 인간을 찾으러 나선다.
첫 번째로 동문에 있는 항상 약초를 먹고사는 의사라는 인간을 찾아간다. 그 의사에게 어떤 할머니가 머리와 허리가 아프다면서 찾아오는데, 그것은 의사가 봤을 때는 집에서 편히 쉬고, 잘 먹기만 하면 낫는 병이었다. 하지만 할머니한테는 죽을병이라 말하고, 비싼 약값을 챙겼다. 이를 보고 화가 난 호랑이는 잡아먹으려다 억지로 참고, 두 번째로 무당이란 자를 찾아간다. 그런데 무당도 신을 속이고 사람을 꾀어 못된 짓을 일삼는, 깨끗하기는커녕 불결한 인간이었다. 세 번째로 선비를 찾아갔는데, 선비는 입으로는 구구절절 옳은 말만 하지만, 말과 행동이 전혀 달라서 역시나 호랑이가 찾는 인간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호랑이와 귀신들은 북곽 선생과 동리자라는 과부를 찾아갔다. 하지만 동리자에게는 각각 다른 성을 가진 다섯 명의 아들이 있었고, 한 밤중 동리자의 집에는 북곽 선생이 찾아와 있었다. 그러다가 동리자의 아들들에게 쫓겨난 북곽 선생은 달아나다가 거름통에 빠지고, 호랑이에게 호되게 혼나고 만다. 그리고 북곽 선생이 모든 잘못을 깨닫고 호랑이에게 엎드려 빌었을 때는 이미 날은 밝았고, 호랑이는 온데 간데 없었다.
이 소설은 호랑이가 주인공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호랑이의 시각으로 우리 인간들을 바라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인간들에게 모든 것들을 빼앗겨 버리는 짐승들이 불쌍해지기도 했고, 자연이 인간들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걸 제멋대로 써 버리는 인간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나도 인간들 중의 하나로서, 이 짧은 인생 동안 나 혼자만 편하게 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다른 것들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여긴 적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호질’을 읽고 나서 하나 느낀 것은 그것들도 다 하나의 생명체로서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느낀 바가 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겉과 속이 다른, 그런 마음이 깨끗하지 못한 인간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