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를 읽고나서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

<혼자만 잘살믄 무슨 재민겨>를 읽고
이 책은 드물게 긴 제목에다 사투리여서 특별히 기억되었는데 더욱 내 눈을 끌어당긴 것은 글쓴이의 흑백사진이 아주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책 표지에서 밝혀놓은 `고집쟁이 농사꾼의 세상사는 이야기`라는 부제가 아니더라도 백발이 성성하고 굳게 다문 입의 그 노인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그가 세사에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글쓴이의 전력이며 개인사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흑백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 그의 풍모는 뭐랄까, 비전향 장기수가 아닐까, 혹은 사상범으로 젊은 날의 수십년을 감옥에서 보내야했던 노인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선입관을 품게 했다.
책 날개를 보니 아니나다를까. 내가 생각했던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는 순탄치않은 개인사를 간직하고 있었다. 칠십을 훌쩍 넘긴 노인의 편지글은 그가 업으로 삼는 농사일에 관…(생략)

수세식 변기를 사용할 때 소변을 보고 쏟아 내버리는 물이 너무나 아까워 사용하기가 꺼려진다는 부분을 읽고 웃음이 비어져 나왔으나 그 다음 문장이 내 입가의 웃음을 쏘옥 들어가게 했다.
전우익 노인은 물을 쏟을 때마다 그 물을 끌어오기 위해 많은 국토가 물 속에 잠기는 처참한 광경이 떠오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