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잘살믄 무슨재민겨를 읽고 나서 혼자만 독후감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를 읽고
나는 노신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 책으로 미루어 볼 때 `아Q정전‘을 쓴 사람일 것이다. 노신은 서양의 사상을 연구하고 중국인들에게 개인주의를 확립시키고 싶어했다. 오로지 서양의 것에만 물들지 않은 중국인들의 자각을. 개인이 바로 서야 사회가 바로 서고 나라가 바르게 된다. 어디서 자주 들어봤던 말이지만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근데 이 책을 읽고는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개개인을 변혁시키지 않으면 아무리 간판만 바꾸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노신이 윗사람들보다 민중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조금씩 알 수 있게 되었다. 매일 정치제도가 잘못되었네, 나라가 이 꼴이라서 안됐네, 라는 소리를 듣고 있던 나는 약간 놀랐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도 개개인이다. 그들의 생각을 변혁(變革)시키고 국민도 그렇게 된다면 나라가 바로 설 것…(생략)

망을 잃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흔한 생각이지만 괜시리 웃음이 나온다. 저자는 자리 만들기라던지 이것저것 했던 일에 대한 경험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그런 것이 담긴 편지 하나하나에 깊은 통찰력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 놀랍다.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해요,라고 끝나는 문장은 가슴을 푸근하게 만든다. 농사일을 하면서 차곡차곡 쌓인 넉넉한 마음인 것일까. 소설처럼 억지로 쥐어짠 감동이 아닌 가슴에 알게 모르게 와 닿는 느낌은 참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언뜻 보면 식물을 키우는 일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자세히 읽어보면 사람을 꼬집고 세태(世態)를 비판하는 생각이 느껴진다. 사실 나말고도 이런 것을 연상하지 못할 사람이 없지 않겠지만. 도라지와 새삼의 이야기를 꼽을 수 있겠는데, 새삼은 뿌리가 없이 다른 식물에 달라붙어 양분을 빨아먹고 마침내는 말라죽게 한다. 뿌리없는 놈이 뿌리박힌 것을 잡아먹고, 거기다가 새삼은 강한 놈에게는 달라붙지 않고 약한 놈에게만 달라붙는다. 저자가 참 인간과 닮았다고 했을 때 나도 모르게 동감한 마음에 무심코 웃어 버렸다. 씁쓸한 일이지만 이런 세상의 모습을 식물에게서도 볼 수 있나 보다. 사실 처음에 이 책을 보았을 때와 다 읽고 난 뒤에 느낌이 약간 달랐다. 나는 꼭 더불어 사는 삶 같은 주제로 할아버지의 따스한 이야기와 제목처럼 재미나게 살지 않을까 하는 그의 모습을 떠올렸었다. 물론 이 책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읽어가면서 저도 모르게 수긍하게 되어서 조금 놀랍기까지 하다. 하지만 사실 이런 말들은 내 감상을 적절하게 표현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한낱 농사꾼이라고 사람들이 얕볼 수 있는 저자 - 아는게 많지만 - 가 자연에서 얻은 지혜이다. 놀랍다고 하기보다는 우리가 아직 깨닫지 못한 것 뿐일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놓치고 싶지 않은 말과 내용이 너무 많아, 꽤 자주 다시 들춰보게 될 것 같다. 이런 편지를 쓸 수 있는 저자가 부럽기도 하고, 나도 과연 나이를 먹었을 때 그만큼의 다양한 경험의 세월과 지혜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 책을 읽기를 정말 잘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시간이, 이렇게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나의 말재주가 굉장히 안타까워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