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를 읽고 나서 홍당무

<독후감>
슬픈 이야기. 그러나 웃음이 난다.
예전에 독서 퀴즈 대회를 나가면서 선정도서를 읽는데, 그 책 중 하나가 ‘홍당무’였다. 내가 책에 대한 편견이 무척 심한 편이다. 제목이나 표지, 책의 첫 장을 몇 줄 읽고 맘에 드는 책을 읽는 까다로운 입맛이라, 이 책도 내 맘에 드는 책은 아니었다. 책이 얇고 작아서 그거 하나 맘에 드는 것 이외에는 제목도 표지도 나에겐 심드렁할 뿐이었다. 단지 퀴즈 대회 우승을 위한 억지 독서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홍당무. 명작이라니 당연히 어렵고 힘든 책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다른 게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보다 더 충격이었다. 무슨 일기 형식 같은 책이 계속 스토리가 이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홍당무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마치 일기처럼 하나 하나 써나갔다. 한 소년이 겪기에는 우울하고 슬픈 일상들을 홍당무 특유의 넉살로 술렁술렁 넘…(생략)

모르게 친근한 것은 아마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해봤다는 것일 것이다. 똑같은 일은 아닐지라도 정말 이때 것 한번은 내가 주워온 아이인가? 날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저게 내 형, 누나, 동생이란 말인가? 등등 그런 생각들을 한번도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홍당무를 읽은 내내 즐거웠다. 책의 대부분이 르픽 부인이 홍당무를 괴롭히고 조소를 보내거나 비난하거나 때리는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홍당무의 툭 던진 말이나 생각들이 어이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정말 읽는 내내 책에 푹 빠져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날 홍당무의 슬프고 웃기는 자신의 일상으로 데려가서 어느 때는 마치 내가 그들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와 함께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해준 홍당무에게 감사한다. 홍당무에게는 미안하지만 정말 우스웠다. 이게 정말 고통스러운 홍당무 이야기라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홍당무를 읽은 요 며칠간 이 상황에 홍당무는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즐거웠다. 책을 읽고 또 읽고 난 뒤에도 즐거운 ‘홍당무’. 못생기고 밉살스럽지만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이유는 홍당무의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공감이 갔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