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의 후예

화랑의 후예
지난 해 가을, 숙부님이 사주관상을 보는 곳에 가자고 해서 갔는데 거기서 황진사를 처음 알게 된다.
황진사는 거무추레한 두루마기에 얼굴이 누르퉁퉁한 나이 한 60가량 된 영감이었다.
그 해 가을도 깊어졌을 때다. 숙부님은 금광에 나가 일 하시느라 집에 안 계시는 어느 날 아침, 황진사가 찾아왔다. 황진사는 숙부님을 찾았다. 마침 안계실 때 왔던 터라 안계시다고 하며 잠깐 들어왔다가 가라고 했다. 그러자 황진사는 두루마기 속에서 무언가 꺼내 나에게 주었다. 의아한 나에게 명약이라며 가지라 하였다. 나는 민망해서 어떤 병에 쓰는거냐 묻자 황진사는 만병에 좋다고 하며 괜히 분개하고 억울해 했다. 그러다 숙모님이 밖에서 뭐하냐고 하였다. 그 때 황진사는 숙모님에게 아침밥 좀 남은거 있으면 달라고 비굴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그 후 사흘 정도 지난 날 황진사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자신의 친구도 데려 왔…(생략)

몇차례 더 있었다. 어느 한번 황진사가 또 찾아왔는데 숙부와 숙모 모두 계셨다. 숙부와 숙모는 황진사에게 장가 가지 않？느냐고 했다. 황진사는 가면 좋지만 천량이 있어야 간다고 하지만 얼굴에는 희색이 넘쳤다. 황진사의 희색 넘치는 얼굴을 본 숙모님은 돈이 없어도 갈 수있다고 일러 주니 황진사는 입이 떨 벌어져 침을 흘리며 나이는 몇이고 집안은 좋냐 이름은 있냐 하며 아주 들떠있었다. 숙모는 과부지만 나이 삼십도 안？다고 했다. 그 순간 황진사는 얼굴이 싹 굳어졌다. 자신이 황후암 육대 종손이라며 남의 집에 출가했던 사람과 혼인이라니 말도 안된다며 거절했다.
어느날 숙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갔다가 총독부 앞에서 황진사를 보게 되었다.
황진사 주위에는 거지,아편중독자,앉은뱅이등이 있었다. 이 사람들앞에서는 약장수가 연설을 하고 있었다. 약장수가 막 연설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순사가 왔다. 다른 사람들은 순사를 보자 모두 흩어졌지만 황진사는 점잖게 두 손을 옆구리에 찌른 채 순사를 따라 건너편 파출소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뭐 요즘날에는 황진사 같은 사람은 없겠지만 이렇게 자기가 잘났다며 뻐대는 사람들이 몇몇 있기는 하다. 자존심은 강하고 허세는 심하고 좀 짜증나는 인간이다. 황진사는 괜히 자신이 배고프고 춥고 그러니 숙부님을 뵈러 왔다며 밥을 얻어 먹으러 왔던 것일 것이다. 그냥 배가고프니 밥 한그릇만 주세요... 하면 될것을. 괜히 자존심은 세가지고 남에게 굽힐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비판한 작품인데 나도 이 작품에 공감한다. 괜히 자존심만 세가지고 얻어 맞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