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을 읽고나서 화수분을 읽고나서

화수분을 읽고나서...
줄거리
행랑채 아범인 화수분은 아내와 어린 것 둘을 데리고 우리 집 행랑방에 들었는데 아범은 순하고 착한 삶이며 어멈은 무식하지만 남을 속일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들은 몹시 가난했다.
다음 날 아내가 어멈에게 지난 밤 울음에 대해 물어본다. 딸을 남의 집에 보내고 난 뒤 서러워 그렇게 울었다는 것이다. 어멈의 말에 의하면 남편이 원래는 잘살았으며 고향이 양평이고 형제 중 큰형은 죽었고 둘째형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며칠 뒤 화수분이 나에게 고향을 다녀온다고 인사를 한다. 형이 다쳐 일을 못 해 자기가 대신 일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식구들 부탁을 하고는 떠난다. 보름이 지나도 화수분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멈은 어린것을 업고 화수분을 따라 고향으로 떠난다.
어느 날, 출가한 여동생 S가 와서는 화수분네의 뒷 얘기를 들려준다.
화수분은 밤마다 큰애를…(생략)

의 행랑채에 살고 있다. 가족이나 다를 바 없는 처지인데도 ‘나’는 그들을 불쌍히 여기기만 하지 나서서 도우려 하지 않는다. 여기서 ‘나’의 모습은 비판의 소지를 안고 있다. 연민을 품고는 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 작품에서뿐만 아니라, 일제 식민지 시대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화수분 가족의 삶을 객관적으로 그리려 한 태도는 시점의 선택에서 잘 드러난다. 관찰자인 ‘나’가 바라볼 수 있는 세계는 화수분 가족과 얼굴을 맞대고 사는 자신의 집에서의 일이다. 그러나 화수분이 고향으로 잠깐 떠난 뒤나, 화수분의 아내가 남편을 찾아 고향으로 향하고 난 뒤의 상황은 관찰자인 ‘나’가 알 수 없다. 따라서 그 뒤의 이야기는 여동생에게 듣게 돈 이야기를 소개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의 전반부가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되어 있다가 나중에 3인칭 시점으로 바뀌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작가는 이 애절한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사건상황에 개입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전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자연주의적인 태도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