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설공주 이야기를 읽고 나서 흑설공주이야기

도서명 : 흑설공주 이야기
지은이 : 바바라 G. 워커
옮긴이 : 박혜란
출판사 : 뜨인돌
흑설공주 이야기를 읽고........
어렸을 적에 눈을 빛내며 읽었던 아름다운 동화들...
곰곰 생각해 보면 동화들의 공통점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래서 왕자님과 공주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동화는 거의다가 해피엔딩이라는 점이다. 어릴 적 우리들은 행복한 결말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그러한 결말을 접할 때면 주인공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한 잠에 젖어들곤 했었다. 비극으로 끝을 맺는 동화는 별로 인기가 없었고, 그래서인지 그것들은 다섯손가락 안에서 꼽힐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했다.
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동화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여태껏 내가 읽어 왔던 여느 동화와는 판이하게 다른 신개념의 동화였다.
나는 단숨에…(생략)

또한 많은 동화들은 여성의 행복은 미모로 판가름되며, 아무노력 없이 성공을 바라는 기회주의자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렇듯 동화 속 여주인공들은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흑설공주’는 위에서 언급한 동화의 ‘정석’을 당당하게 깨 부수고 있었다.
‘흑설공주’를 비롯한 이 동화의 모든 여주인공들은 편견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있었는데, 그녀들은 무기력한 공주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성취하는 당찬 여자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못난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행복했다. 수려한 외모가 주는 자기 도취나 오만함으로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그들 사이에 결코 가식이나 기만 따위는 없었으며,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흑설공주 이야기’에는 흑설공주 이외에 `알라딘과 신기한 램프`, `못난이와 야수`, `릴리와 로드`, `막내 인어공주`, `신데 헬` 등 여러 동화들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그것들은 모두 기존의 동화를 여성의 입장에서 새롭게 해석한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동화는 ‘못난이와 야수’....
못난이와 야수에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미녀가 아닌, 미모보다 개성을 지닌 존재로서의 주인공을 택하고 있다. 얼굴은 못생겼지만 심성이 고와 식구들 가운데서 사랑 받는 막내딸이 바로 그녀... 또한 야수는 야수의 모습 그대로 끝까지 유지한다. 우스운 변신마술처럼 갑자기 펑 하고 왕자로 변해버리진 않는단 말이다.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오.”
‘못난이와 야수’의 야수가 한 말이다. 그 말처럼 못난이와 야수는 서로를 눈이 아닌 마음으로 서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여기에서 그들은 정직의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 모습은 퍽이나 감동적인 것이었다.
잘난 사람들이 자아도취 때문에 스스로를 그르치는 어리석음에서 탈피한 그들은, 그로 인한 자유로움으로 더 행복할 수 있었다.
흥미 있는 이야기들... 하지만 무조건적인 흥미를 가지게 하는 것보다 남녀를 평등하게 보는 시각에서 발걸음을 뗀 작품이라는데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동심이 거의 바닥나 버린 나에게 ‘흑설공주 이야기’는 어릴 적 읽었던 동화처럼 감동과 설렘을 주진 못했지만 작은 깨달음을 안겨다 주었다.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당당함... 그것이 모든 여성들이 해피엔딩에 이르는 진정한 길이 아닐까 하는...
나는 오늘 내 마음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던 유리구두의 잔상마저도 미련없이 던져 버린다.
새로운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