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설공주 이야기를 읽고나서 흑설공주이야기

제목:흑설공주 이야기
개구리는 암 개구리가 수컷보다 훨씬 크고 힘도 세서 내가 좋아하는 동물 중에 하나이다. 사실, 예쁜 표지 때문에 본 이 책에서도 용기 있고 도전적인 암 개구리가 등장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 단편들을 묶어 놓은 이 책 속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이야기로 `개구리 공주`를 들 수 있다.
나를 비롯해서 우리 모두 어렸을 적에 동화책이나 할머니, 선생님을 통해 `개구리 왕자`이야기를 알게 들었을 것이다. 알다시피 그 내용은 개구리가 한 공주에게 청혼을 하고 처음엔 공주는 싫어하지만 결국 인간이 된 개구리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적잖게 있었다. 개구리가 아무리 공주를 좋아해도 사람이 싫다는데 자꾸 시켜 기분 나쁘게 한다던지, 공주가 개구리는 싫어하다가 인간이 된 개구리의 멋진 모습을 보곤 좋아한다던지 말이다. 그런 내용은 외모…(생략)

현실적이긴 하지만, 그 것을 무마하려는 듯이 그 다음 현실은 그 암 개구리에겐 너무 잔인했다. 암 개구리는 왕자와 결혼을 한 뒤, 사슴과 늙은 요정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내건 조건을 풀어 주기 위해 여러 가지 큰일을 벌렸다. 사슴 사냥 금지법을 내세우거나, 나라의 국보만큼 소중한 다이아몬드를 빼돌리는 등 말이다. 그 것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개구리처럼 벌레들을 사냥해 먹었고, 정원에서 알몸으로 팔딱팔딱 뛰기까지 하였다. 그건 그녀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이지만 우리에겐 엄청난 일이다. 아무튼 그녀는 왕비였으니까 말이다. 그 덕분에 나라의 대신들은 물론 국민들까지 그녀를 내 쫓으려는 기세였고, 왕자, 아니 이제 왕이 된 그도 공주를 끝까지 지키려 했으나 힘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쓰고 싶지는 않지만 설상가상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말 그대로 또 안 좋은 일이 벌어졌다. 그녀가 낳은 자식이 아가미가 달린 엄청난 크기의 머리에, 다리대신 꼬리가 달렸던 것이다. 또 그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물 밖에서 꺼낸 물고기처럼 헐떡거리다 금세 죽어 버리기 까지 하였다. 정말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그도 그 나름대로 사랑하는 그녀가 고통을 받자 괴롭겠지만, 정작 정말 괴로운 것은 그녀일 것이다. 그녀는 다른 이들 모두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 보다 자신이 그토록 원했고 사랑하는 그가 자신으로 인해 마음에 유리 파편을 하나하나 맞는다는 사실하나만으로 크게 슬픔의 늪에 빠져 버렸을 것이 틀림없다. 애석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렇게 절도죄로 감옥과 손을 잡게 될 처지에 놓였다. 그래서 왕자에게 마지막 소원이라며 연못에 데려다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풍덩!?? 그녀는 자살한 것일까?
어쨌든 왕자는 그녀가 자신이 그녀가 감옥에 있으면 마음이 아플까 염려하여 자살한 것이라 믿고, 한 동안은 상심에 빠져 있다가 팔딱팔딱 뛰지도 않고, 벌레도 안 먹으며 이상한 법도 안 만들고 다이아몬드도 훔치지 않는 이웃나라 공주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연못 속의 공주는? 사실, 연못에 가면 그녀의 마법은 풀리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개구리로 돌아와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어떤가? ??개구리 왕자??와는 다른 해피엔딩이지 않는가? 적어도 이 왕자와 개구리는 외모를 넘어서 진정한 사랑을 나누었고 그 사랑 때문에 고통도 겪었다. 난 솔직히 ??개구리 왕자??보다 이 패러디 작이 훨씬 마음에 든다. 이 이야기에는 또 다른 교훈도 숨어져 있으니까…….
사람은 누구나 2갈래 또는 3갈래의 길에서 머뭇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 길을 선택해도 보이지 않는 미래와 어둠에 맞서야 된다는 두려움에 자꾸만 시간을 지체하며 우물쭈물 거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현재 나도 그런 처지에 놓여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 암 개구리, 아니 그녀에겐 어쩌면 갈림길이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녀 자신만의 인생관을 가지고 한 가지 방향으로 신념이란 신발을 신고 뛰어가는 게 아닐까? 그녀는 자신을 행복을 위해서 인간이 되었고 왕자의 행복과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다시 개구리가 되었다. 그것으로 보면 그녀의 인생관이 행복만을 추구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광범위한 인생관이라도 나처럼 혼란에 빠져 헤매고 있는 것 보단 멋있지 않는가?
나도 그녀처럼 이 갈림길에서 나아가 갈림길 하나 없는 미래를 달려 보고 싶다. 그리고 고통을 받지만 진정한 사랑도 해 보고 싶다. 작가도 이런 의도로 이 책을 패러디 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