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파우스트 3

파우스트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들렀을 때, 서점 한 구석에서 먼지를 푹 뒤집어쓴 두꺼운 책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이 지금부터 내가 말하려는 책, 파우스트이다.
괴테가 일생을 바쳐 쓴 책, 파우스트. 책을 펼치자마자 극본이라는 것에 깜짝 놀랐다. 어렵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천천히 뜻을 새기며 읽으니 이해가 되지 않을 것만 같던 문장들도 서서히 내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파우스트’ 란 책은 1,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로 1부만 연극으로 상연되어 왔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 파우스트는 철학, 법학, 의학, 신학을 모두 공부한 박사이고, 지식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렇게 연구하고 노력해도 지식에 대한 만족감은 생기지 않고 오히려 회의를 느끼게 된다. 나 같으면 이러게 공부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할텐데...만약 한다해도 하다가 그만 포기해 버…(생략)

스는 파우스트를 라이프치히의 아우어바흐 술집으로 안내한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술집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한 장소로 들 듯이... 메피스토펠레스는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파우스트를 대신하여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요술로 사람들을 속인다. 하지만 늙은 파우스트와 젊은 사람들의 분위기가 맞지 않아서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젊어지게 해달라고 한다. 이렇게 젊음과 늙음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나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거의 모두 죽지 않으려 할 것이고, 결국 사람이 너무 많아 지구가 펑 하고 폭발해버리지는 않을까^-^?;;
어쨌든,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를 젊게 해 주기 위해 마녀를 찾아간다. 『해리 포터』에 나오는 마녀를 상상했던 나는(물론 그럴 리 없겠지만) 이렇게 정반대로 그려진 마녀의 모습에 또다시 놀라고 말았다. 어찌 저리 추악한 마녀가 다 있을까! 마녀는 약을 만들더니 파우스트에게 넘겨 준다. 파우스트는 그 약을 먹고 젊어진다. 하지만 그 약은 젊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여자도 예쁘게 보이는 약이기도 했다. 그 약을 먹고 길로 나간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이란 여자를 만나게 되고, 곧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을 임신시켜 절망감에 빠뜨린 뒤 그녀의 오빠인 발렌틴을 죽이고 달아난다. 어떻게 파우스트는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하고야 말았을까! 이 모든 것이 메피스토펠레스의 꾀임과 그에 넘어간 파우스트로 인해, 한 여자의 인생이 파괴된 것이다. 꼭 지금의 우리 사회를 보여 주고 있는 듯 하다. 그레트헨은 영아살인죄로 감옥에 갇혀 거의 미쳐버렸고, 결국 사형당한다. 정말 파우스트라는 한 남자의 욕심 때문에 희생된 그레트헨이 너무 가엾고 불쌍했다.
결국 파우스트는 죄책감 때문에 방황하다 장님이 된 채 메피스토펠레스의 말은 듣지도 않고 운하를 건설하려고 한다. 그의 앞에선 묘지를 건설하고 있었지만 파우스트는 장님이 되어 있었기에 무언가를 건설하는 소리를 듣고 내 생애 중 가장 행복한 때라고 말하며 숨을 거둔다. 파우스트는 죽기 전 바로 이곳에서 삶의 기쁨과 만족감을 찾은 것이다. 파우스트가 죽었으니 이제 다 끝났겠지... 하는 나의 생각을 다시 뒤집어버리는 생각이 하나 퍼뜩 떠올랐다. 파우스트는 바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했었던 것이다. 메피스토펠레스가 그의 영혼을 거두어가려 하자, 천사들과 영들의 무리가 나타나서 파우스트는 승천하게 되고, 메피스토펠레스는 멸망한다.
파우스트가 끝까지 물질적인 쾌락을 추구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노예가 되어 파멸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이 ‘파우스트’ 란 이야기는 우리 현실의 단면을 잘 나타내 주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들이 파우스트란 인물을 통해 거울처럼 비춰지고 있는 것 같다. 난 이 책을 읽고 이렇게 생각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남이 보여주는 물질적인 쾌락과 나태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인생에 대한 ‘열정’ 이라고... ‘파우스트’를 덮는 나에게 왠지 모를 뿌듯함과 긴 여운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