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실의 청개구리를 읽고 표본실의 청개구리 3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읽고...
내가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읽게 된 동기는 간단하다. 독후감을 한편 써야했고, 그때 우연히 손에 잡힌게 염상섭씨의 표본실의 청개구리였다. 솔직히,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읽고 난 지금으로써는 괜히 읽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것은 표본실의 청개구리라는 이 소설이 나에게 실망을 안겨주어서가 아니라 이 책을 읽고 난 뒤부터 내 가슴속에 이유 모를 무거움이 자리잡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개구리 해부 장면, 김창억이라는 인물. 그가 지은 삼층집의 의미 등 여러 제재들의 이해할수 없는 상징성 때문에, 난해하고 답답한 이유도 포함되어 있겠다.
우선,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지으신 염상섭씨에 대해 조금 알아보자면, 그는 1897년에 태어나 1963년에 사망하였다. 본명은 상섭, 호는 횡보(橫步)이며 일본 게이오 대학을 중퇴하고 일본에 머무르다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시위를 계획하여 복역하…(생략)

를 때였다. 그것은 불을 끄고 누웠을 때나 조용히 앉았을 때 문득 그의 신경을 엄습하여왔다. 그것은 어찌보면 그가 미쳐가는 과정이었다.
주인공은 불규칙한 생활과 삶의 권태로 고통과 갈등의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신경 과민에 불면증까지 겹쳐 죽음의 유혹까지 느꼈다. H가 평양 방문에 동행할 것을 권유하여 주인공은 밀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에 허락은 하였으나 여러 번거로운 일로 망설이다가 기차를 탔다. 대동강 가에서 기괴한 차림의 장발객을 보고 주인공 자기 자신과의 동질성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풍광 속에서 마음의 전환을 느끼며 H와 남포로 Y를 방문하여 김창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일행들과 함께 그를 방문했다. 그는 삼 원 오십 전으로 삼층집을 짓고 산다는 정신 이상자였다. 그는 철학자연하였고 유유자적하는 자유인과도 같았다. 우리 모두의 욕구를 채워 줄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는 일종의 영감에 사로잡혀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세계 평화를 위한 모임을 조직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남포를 다녀온 지 두 달쯤 되는 어느 날 Y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김창억이 집에 불을 지르고 어디론가 떠나 버렸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우울한 심정이 되어 늘 거닐던 절벽 길을 걸었다. 그날 밤 김창억에 대한 생각과 대동강 가에서 본 장발객의 신경질적인 얼굴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 후 김창억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싫어하는 평양에 살고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후처의 친정이 있는 평양의 보통문 밖 짚더미 속에 살면서 걸식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가 김창억이라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주인공은 중학시절 해부한 개구리의 형상을 떠올리고 해부할 때의 메스가 생각나 책상 속에 넣어둔 면도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런 비상한 공포 속에 잠을 못 이루면서도 이상한 매력과 유혹이 나를 압도한다. 기분을 바꾸기 위해 여행을 생각한 나는 실행에 옮기기 못하다 H라는 친구와 평양에 동행하기로 하나 막상 떠나는 날 떠나기가 싫어진다. 그러나 평양까지 동행하게 되고 능라도에서 어딘가 좀 이상한, 얼굴이 하얀 장발족을 조소하다가 누대 근처에서 죽는 꿈을 꾼 후에 H와 함께 만나려 했던 Y를 만나러 가게되고 A라는 사람과 만나게된다. 술 죄석에서 Y와 A가 갔던 정신이 이상한 삼층집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재미를 느낄겸 넷은 그를 찾아간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좀 이상한 그의 언행에 도리어 쾌감을 얻게 된다. 그 광인 김창억은 굴지의 객주집에서 태어났으며 신동으로 불렸으나 부친이 주색잡기로 재산을 날리고 졸사하게 되어 공부를 중단하게 되고 모친 마저 죽은 후 기회가 와 교편을 잡았으나 첫 부인이 죽게 되고 후처를 얻은 후 불의의 사건으로 감옥에 갇히게 되고 무죄로 방면은 되었으나 부인은 도망가고 없었었다. 집에 돌아와 집 안에만 있던 그는 정신이 이상해 지며 괴이한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혼자서 유곽 근처에서 삼층집을 짓고 살게 된다.
평양으로 나와 헤어진지 2개월후 Y에게서 그 광인이 집에 불을 지르고 사라졌다는 편지를 받고 마음이 우울해서 돌아 다닌다. 어떤 촌에서 사람이 죽게 되면 거쳐가야 하는 일간 두옥 이야기를 생기있는 젊은 청년에게 들으며 무서운 공포를 느끼게 되고김창억과 능라도에서의 장발객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후 김창억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몰랐으나 그는 평양에 왔고 동리 사람들은 걸인이나 장발객의 형체로 보이는 걸인이 돌아 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우울한 기분과 권태로운 생활에 지친 나는 왠지 중학교 시절 개구리가 사지가 핀에 꽂힌 채 자빠져 있던 모습을 떠올린다. 다음 날 친구 H가 와서 억지로 가자고 하는 바람에 평양 근처의 남포까지 갔는데, 거기서 정신 이상자 김창억이라는 인텔리를 만나게 된다. 그는 일종의 영감에 잡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세계 평화를 위한 회를 조직한다고 말한다.
내가 남포를 떠난 지 두 달 쯤 되던 어느 날, Y에게 편지가 왔다. 창억이 집에 불을 지르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후 창억의 행방을 아는 이는 없었다. 그는 평양 보통문 밖 짚더미 속에서 걸식하며 살아가고 있었으나 그가 김창억이라는 사실을 아는 자가 없었다.그것은 어찌보면 주인공의 모습과도 꽤나 비슷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김창억과 주인공은 정신에 상처를 입고 방황하며 그들의 끝은 걸인이나 광인, 방랑자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시대 지식인들의 모습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작가가 이 소설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이 소설을 읽고 암울했던 지난 시대에 조선의 지식인들을 옭아매었던 거대하고 불행한 힘. 즉 운명이, 그리고 그 운명을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이 보이는 그들의 암울함이 보이는 듯 하여 섬뜩할 뿐이다. 운명이라는 것은 흔히 “개척할 수 있다” 라고 말하는 이와, “개척할 수 없다” 라고 말하는 이 둘로 나뉜다. 나는 운명에 굴복하고 “내가 이렇지 뭐”라고 생각하고 진작 포기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상당히 답답하게 느낀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같다. “나는 내가 더 잘안다. 나는 이대로 살다가 죽을꺼다” 라고 말은 하지만 그들은 그들 자신을 너무 모른다. 사람의 능력은 무한대라고 하지 않던가. 자기 자신을 잘 안다면, 자신의 능력을 그렇게 과소평가 하는 행동은 범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현재의 내 모습이 아무리 힘이 없고 부족할지라도 “과소평가” 는 하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는 아직 무한한 능력이 숨어있는데, 그것을 내가 끌어내지 못한 것 뿐이기 때문이다. 그 능력을 끌어내는 것 내 몫, 내가 처한 무능력한 현실에서 빠져나오려면 내 스스로 노력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자신을 무능력자취급하고 과소평가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마음대로 단정짓고는 어두운 현실에서 빠져나오려 노력조차 하지않은 답답한 인물들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한편으로 이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 암울했던 시대에 작가가 보여준 지식인들의 비극적 종착지와는 다르게, 지금은 식민지 시대도 아니고 지식인들을 배척하는 시대도 아니다. 만약 나에게 그런 운명이 닥쳐온다면 나는 그 운명을 벗어버리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몸부림 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