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읽고

향수를 읽고
das perform
“있잖아. 나는 계절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봄 향기 여름 향기 가을 향기 겨울 향기…….”
“에이 그런 게 어디 있냐? 거짓말쟁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아름이와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 친구한테 거짓말쟁이라는 소리를 들은 후 나는 이 말을 금기로 알고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나는 이런 내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책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라는 책을 만났다.
사실 나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저서는 처음이 아니었다. ‘좀머씨 이야기’며, ‘비둘기’같은 책들은 예전에도 읽은 책들 이어서 쥐스킨트의 약간 신기하다고 느낄 수 있는 소재와 내용 전개에 그다지 놀랄 말한 군번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향수라는 책은 이제까지의 내가 읽은 그의 소설의 몇 배나 되는 분량인데도 앞으로의 내용이 궁금…(생략)

이가 가진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예술인들이 예술작품을 만드는 순수한 열망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열망은 아릅다지만, 모든 생명들은 유한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거지를 불쌍히 여기는 뱀파이어가 무한한 생명을 주었지만, 어린 거지는 나중에 어린 모습으로 영원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원망하던 것과 같이 향기도 유한한 향이 아닌 언제든지 필요에 의해 꺼내 쓸 수 있는 향기라면 그것은 더 이상 유한한 향만큼의 가치를 지닐 수는 없을 것이다. 그르누이는 이것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25명의 소녀들에게서 아름답고 순결한 향을 채취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는 그 소녀들의 향기를 다 갖고 나서는 예전에는 두려워하고 피하던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남자로, 아니 사랑 그 자체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자 사회의 어두운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먹혀 사랑을 나누어주고 죽는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쥐스킨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리 이상하지 않을 결말이다. 하지만 이런 그르누이가 자신은 전혀 사랑을 느끼지 못하며 죽는 다는 것은 양귀자씨의 모순이랑 책의 힘겹게 살아가는 쌍둥이 언니가 아닌 안락한 생활을 하는 동생이 모든 예상을 뒤엎고 자살을 하는 것처럼 아이러니한 결말이다. 쥐스킨트는 이런 아이러니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세상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나타내는 것일까?
지금 내 주위에는 유한한 향들이 퍼져나가고 있다. 어느 날 주인공가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는 나의 어떤 향기를 감지해 낼까? 나는 그가 역겨워 하던 인간냄새가 아닌 나만의 고유한 향기를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해 주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인품의 향기, 지성의 향기가 많이 발산되도록 노력해야겠다.